미국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20'과 '갤럭시S20플러스'가 약 25만5000원(200달러) 할인돼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신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 3주 만에 이처럼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마존 베스트바이 B&H 등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는 24일(현지시간) 갤럭시S20 가격을 기존 약 127만1700원(999달러)에서 약 101만7100원(799달러)로, 갤럭시S20플러스 가격을 약 152만6300원(1199달러)에서 약 127만1700원(999달러)로 한시 인하했다. 일부 업체는 가격 할인과 함께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도 무료 증정한다.
단 갤럭시S20 울트라는 가격 변동이 없다. 100배줌·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앞세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 말이 나올 만큼 인기를 끄는 최고급 사양이라서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단말기는 별도 약정이나 통신사 제약, 국가 제한 등이 없다. 국가나 통신사와 관계없이 유심 등 가입자식별모듈(SIM)만 바꿔 끼우면 사용할 수 있는 '언락폰'이다. 국내로 치면 자급제 폰.
정식 출시 한 달도 안돼 최신 스마트폰 모델 가격을 내린 데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가의 갤럭시S20 시리즈가 예상외로 판매 부진을 겪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일부 통신사업자와 유통점이 자체적으로 가입자와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한시적 갤럭시S20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기 전인 지난 2월 국내 증권가는 갤럭시S20 시리즈의 올해 출하량을 3400만~3500만 대로 추정했다. '흥행 기준점'인 글로벌 4000만대에 못 미치는 수준일 뿐더러, 코로나19 악재로 인해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판매량 수치를 공개하진 않지만, 국내에서 이달 초까지 진행된 갤럭시S20 국내 사전예약 판매량은 자급제 모델까지 포함해 전작 갤럭시S10의 70~80% 수준으로 파악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해외 시장도 국내와 유사하게 갤럭시S20 울트라는 판매 호조인 반면 갤럭시S20·플러스는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전작인 갤럭시S10 미국 출고가를 내린 데 이어 국내에서도 이달 중순 출고가를 추가 인하했다. 갤럭시S10의 지난해 판매량은 약 3700만대 수준으로 역시 4000만대를 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작년 나온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역시 가격을 200만원 밑으로 내렸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파격 할인' 행보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반적 스마트폰 수요 감소세에 맞닥뜨리자 출하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조처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6180만대)은 전년 동월 대비 38% 급감했다. 스마트폰 출하량 집계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업계 1위를 지켰지만 역시 전월 대비 출하량이 280만대 줄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폭 추정치(전년 대비 최대 -7.1%) 하향이 불가피하다"면서 최대 -11.2%까지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마진이 높은 플래그십 판매량 감소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 게 문제다. 천영화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플래그십 제품은 코로나19로 인해 출시를 보류하거나 마케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플래그십 구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주요 브랜드의 플래그십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전자의 파격 인하 전략이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방증이다.
삼성은 플래그십 가격 인하와 함께 중저가 보급형 기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보급형 모델을 갤럭시 A와 M 시리즈로 재편한 삼성전자는 앞서 공개한 A01 A51 A71 A 41 A11 등 기존 라인업에 숫자 1을 더하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이날도 '갤럭시A31'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어 첫 5세대 이동통신(5G) 보급형 폰인 50만원대 안팎의 '갤럭시 A71 5G'를 올 5~6월께 국내에 조기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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