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대표하는 괴물 장타자와 수영 황제가 자전거로 붙으면 누가 이길까. 저스틴 토머스(32·미국)와 마이클 펠프스(35·미국) 등 스포츠 스타들이 참가한 ‘꿈의 자전거’ 대회가 27일(현지시간) 열렸다. 선수들이 대회를 위해 향한 곳은 사이클 경기장이 아니라 집 안 거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가상공간에서 경쟁할 수 있는 펠로톤(실내 자전거 운동 프로그램)에 몸을 실었다.
이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집콕족’이 늘자 함께 어떻게 하면 실내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토머스와 버바 왓슨(42·미국)이 고안해낸 사설 대회다. 토머스는 전날 자신의 SNS에 “27일 펠로톤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와 함께하자”며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수영 스타’ 펠프스 등 유명 인사들도 이 대회에 초대됐다.
가상 자전거 경주 ‘펠로톤’ 삼매경
토머스와 왓슨의 이색 대결로 관심을 모은 자전거 운동 프로그램 펠로톤은 골프선수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왓슨은 “집에서만 시간을 보낸 지 벌써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며 “우리 모두 집에만 있는 것이 얼마나 재미없고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펠로톤 자전거를 시작한 뒤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말했다.
골프 스타 사이에서 자전거 타기의 ‘원조’ 격은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다. 집에 펠로톤 프로그램과 자전거를 갖춘 그는 최근 펠로톤 기록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해 펠로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문 자전거 선수는 아니지만 참가자 9240명 중 11위를 기록하며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PGA투어 동료 빌리 호셜(34·미국)과 맞대결도 펼쳤는데, 완승을 거둬 호셜이 ‘백기’를 던지게 했다. 매킬로이는 “유산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펠로톤을 하고부터는 유산소 운동을 오히려 즐기게 됐다”며 “매번 기록을 깨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피트니스계의 ‘애플’로 일컬어지는 펠로톤은 2012년 집 안에서 사이클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한 부부가 발명했다. 펠로톤은 프랑스어로 자전거 경기에서 몰려다니는 ‘소단위 그룹’을 뜻한다. 펠로톤을 통해 참가자들은 평균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펠로톤에서 200여만원짜리 자전거를 구입해도 되고, 태블릿 PC가 부착된 자전거가 있다면 월 2만원 미만의 콘텐츠 사용료를 내고 앱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지난해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40억달러(약 4조84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즈·고진영은 지루해도 ‘정공법’
타이거 우즈(45·미국)는 ‘정공법’을 택했다. ‘골프 황제’라는 수식어답게 집에서도 골프 연습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우즈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골프 시뮬레이터로 샷 연습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른바 ‘스크린 골프’다. 그는 2016년 부상에서 재활할 때도 집에서 머물며 스크린 골프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곤 했다. 물론 자택 뒷마당에 그린 4개 등 개인 골프장이 있어 외출 없이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도 마찬가지. 골프 연습으로 코로나19 시기를 이겨내고 있다. 샷 연습-웨이트 트레이닝-귀가 후 독서로 이어지는 지루한 일과를 반복 중이다. 고진영은 “선수들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내려진 결정인 만큼 이 시기를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지훈련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운동 중”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6관왕을 차지한 국내 톱골퍼 최혜진(21)도 다르지 않다. 그는 미국에서 전지훈련이 끝났지만 현지에 남아 마스크를 끼고 매일 라운드를 통해 실전 감각을 다지고 있다. 곧 귀국 예정인 그는 시즌 재개 전까지 한국에서 훈련에 몰두할 계획이다.
PGA투어 토니 피나우(31·미국)와 유러피언투어 에릭 반 루옌(30·남아공)은 모처럼 집에 있는 시간을 특별한 일 없이 보내는 ‘오락파’다. 평소 기타가 취미인 반 루옌은 록음악에 맞춰 기타를 치며 수준급 연주 실력을 뽐냈다. 피나우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내와 함께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는 모습을 올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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