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택근무는 어제오늘 나온 개념이 아니다. 원격으로 일한다는 뜻의 ‘텔레 워크’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나온 때는 1970년대였다. 2000년대에는 임대료가 비싼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리모트 워크’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재택근무보다 넓은 의미로 다양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근무 형태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들어 ‘스마트 워크’ 바람이 불었다. 스마트 워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근무 형태다. 최근에는 사람 중심의 업무 공간과 문화를 갖춰 업무 몰입도와 성과를 높이는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로 진화하는 개념이다.
이제는 재택근무를 넘어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를 논하는 수준에 맞춰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준비해야 할 때다. 기술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일하는 환경인 만큼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 자율과 협업의 문화다.
자율과 협업의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의 리더가 꼭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구성원에 대한 믿음이다. “직원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불안하다” “만나야 일이 된다”는 기존의 업무 문화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고 자랐으며 디지털 기술에 능한 젊은 세대에게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의미 있을까. 오히려 다양한 업무 스타일을 존중하고 각자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편이 요즘 세대에게는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다만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일의 목적과 개인의 목표,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정하고 철저히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시스템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리더의 대응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요즘 세대 구성원들과 업무를 같이할 수 있을 만큼 디지털 도구 사용에 빠르게 익숙해져야 한다. 화상으로 즉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면 회의를 소집해 일을 지연시킬 필요는 없다. 또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재빠른 피드백이 필요하다.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방향을 잡아주고 의견을 더하며 필요한 자원을 확인하고 협업을 지원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있어 리더들은 이전보다 더 고생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파도를 유연하게 탈 줄 아는 리더가 성과를 만들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재택근무의 확산을 넘어 더 진보한 스마트 워크가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민경 IGM(세계경영연구원)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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