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문닫고 영화 개봉은 줄줄이 연기…배급·제작사 줄도산 위기

입력 2020-03-26 17:17   수정 2020-03-27 09:52

스크린 독점 논란 등으로 최근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영화계가 지난 25일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영화제작가협회, 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마케팅사협회, 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 11계 영화직능단체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씨네Q 등 멀티플렉스가 함께 ‘코로나19로 영화산업 붕괴 위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 영화산업 전체 매출 중 영화관 매출이 약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화관 매출 감소는 곧 영화산업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벌써 영화 관련 기업들은 더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씩 가족 같은 직원들과 작별을 고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영화산업은 영화관 매출이 영화업계 전체에 분배되는 수익 구조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극장의 영업 중단은 제작·배급·투자·마케팅·홍보 등 영화 관련 기업들의 ‘도미노 부도’와 극장 인근 상권의 고용 축소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관객 감소로 인한 영화 개봉 취소·연기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국내 배급 및 제작사들은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영화가 개봉되지 않으면서 영화사들의 수입도 없어지고, ‘상영→투자→제작→배급’으로 이어지는 영화산업의 선순환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산업 종사자는 약 3만 명이며 이 중 영화관 종사자는 70% 수준인 2만1000명을 헤아린다. 이들 모두가 관객 감소와 극장 매출 급감으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영화산업의 고용 효과는 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2015년 영화산업의 취업유발계수(최종 수요에서 10억원이 발생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18.2명으로 일반기계 9.4명, 자동차 8.6명, 서비스 16.4명에 비해 많았다.

극장업계는 또 올 한 해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관객 수가 지난해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경우 영화관 인근 상권이 4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극장은 영화사들과 지역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라며 “극장들의 매출 감소와 잇단 영업 중단으로 관련 영화사와 인근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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