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확산으로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이 울상이다. 대구는 이른바 ‘대·대·광(대전·대구·광주)’의 대표 지역으로 꼽히며 지난해 말까지 지방 주택시장의 반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침체하면서 아파트값도 덩달아 떨어졌다. 1분기 분양할 예정이던 단지들은 공급 일정을 미루고 있다.
○‘대구의 강남’ 수성구 아파트도 털썩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범어SK뷰 전용면적 84㎡(3층)는 지난달 8억975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16층 물건이 10억5000만원에 팔렸다. 1주일도 채 안 돼 가격이 1억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이 단지는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특급 입지로 평가받는다. 인근에 경신중·고 등 대구에서 손꼽히는 학군과 학원가가 몰려 있다. 이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T공인 대표는 “경신고 옆에 있는 단지로 학군이 워낙 좋아 어지간해서는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며 “매도가 급해 시세보다 싼 매물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도 최대 1억여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 4단지 전용 84㎡는 작년 11월 6억3000만원을 기록,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 5억3500만원, 이달 초 5억6000만원에 각각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단지 맞은편의 힐스테이트황금동 역시 지난달 7억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작년 말 신고가(8억2000만원)에 비해 1억원 넘게 내렸다.
대구지역 아파트값 하락세는 통계로도 감지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지난 23일 기준)을 보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 전에 비해 0.06% 떨어졌다. 이달 초 하락 전환한 뒤 4주 연속 낙폭이 커지고 있다.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9월 9일 조사(-0.03%) 이후 약 6개월(25주) 만이다.
○분양 일정 차질…경쟁률은 높아
대구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거래량 자체도 대폭 줄었다. 중개업소 방문객이 급감했다. 매수자와 매도인 모두 대면 거래를 꺼리면서 주택과 관련한 매매 행위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분석해보면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 이후 아파트가 거래된 건수는 1512건에 불과했다. 확진자 발생 전 한 달여간 거래 건수(4086건)와 비교하면 매매거래가 63%가량 감소한 셈이다.
수성구 K공인중개 관계자는 “매매를 하려면 일단 집을 봐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집주인들이 낯선 사람을 선뜻 집에 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수성구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코로나19 공포까지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19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하지만 청약 경쟁률은 높게 나타나는 분위기다. GS건설은 지난달 달서구 두류동에 개관하기로 했던 청라힐스자이(947가구) 모델하우스를 짓고도 일반에 공개하지 못했다. 가상현실(VR)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대체했다. 대대적인 홍보를 기획했지만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힐스테이트도원센트럴, 다사역금호어울림, 중동푸르지오, 황금동 주상복합 등도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이 연기된 끝에 사이버로 대체하거나 아예 4·15총선 뒤로 미루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청라힐스자이는 코로나19 악재로 현장 모델하우스를 열지 못했지만 5만여 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41 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며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은 큰 만큼 주요 단지가 청약 일정에 들어가면 부동산시장에도 온기가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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