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호반건설, 액면분할로 IPO 준비… 연내 상장은 고민중

입력 2020-03-27 13:32   수정 2020-03-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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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3월27일(13:1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호반건설이 액면분할을 통해 발행주식 수를 대폭 늘렸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 상당수는 액면분할을 통해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를 늘리는 준비를 미리 한다. 호반건설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연초부터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 등 지배구조 재편도 진행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위축되면서, 호반건설의 상장 시기도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호반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4일부로 액면분할을 마쳤다. 원래 1만원이었던 액면을 500원으로 변경, 발행주식 수가 원래 276만5696주에서 5531만3920주로 20배 늘어나게 됐다.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2세 경영자인 김대헌 부사장이 보유한 주식 수도 151만3705주에서 3027만4100주로 늘었다. 김 부사장은 호반건설 지분 54.73%를 보유하고 있다. 부친인 김 회장이 10.51%, 모친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10.84%를 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액면분할을 상장 준비의 일환이라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기 전 액면분할을 해두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 공모 발행 주식 수 및 상장 후 유통주식 수 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상장사 상태에서 발행주식 수가 많지 않은 기업들은 미리 액면분할을 한다.

연초만 해도 IB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의 연내 상장이 무난할 거라 예상했다. 지난해 호반건설과 호반이 합병하면서, 호반의 최대주주였던 김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합병법인 호반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분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어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고, 호반건설이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활발하게 나서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힘썼다. 이때만 해도 호반건설이 공모금액만 1조원 수준의 초대형 IPO를 노린다는 전망이 흘러나왔다. 호반건설의 3조원대 예상 자본에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를 적용하면 예상 기업가치가 3조원 이상이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실제로 연초만 해도 강력한 연내 상장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상장 건설사들의 주가가 하락하고, 공모주시장 또한 위축되면서 호반건설의 상장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최근 나오고 있다. 최근 상장 건설사들의 주가는 PBR 1배 미만으로 밀렸다. 최근 수년간 공모주시장에서 조(兆) 단위 금액을 공모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2017년 넷마블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끝으로 1조원 이상을 공모하는데 성공한 기업은 전무했다.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SK그룹의 SK바이오팜이 조 단위 공모가 가능한 대어 후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정도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상장 적기에 대해서는 주관 증권사들과 논의중”이라며 “현재 상장 시기가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상장 시기가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과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최종 변수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보다는 이미지 쇄신, 인지도 제고 수요가 더 커 보인다”며 “흥행 등 여러 측면에서 성공리에 상장하는 방향을 원한다면, 시장에서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고 고민을 더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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