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당' 취약계층에만 주려면 선별 비용 든다는 오해, 사실은…

입력 2020-03-27 15:03   수정 2020-03-27 15:29


"대상자 선별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행정 비용 절감"

지난 23일 지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모든 주민에게 10만원씩 나눠주기로 한 이선호 울주군수가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제한하지 않는 근거 중 하나로 밝힌 것이다.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모든 주민에 1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이재명 경기지사도 시급성과 대상자 분류 비용 등을 이유로 꼽는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구분하는데 별다른 비용이나 추가 시간이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이례적인 전 주민에 대한 현금 지급을 실현하기 위한 명분으로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지자체들, 취약계층 데이터 이미 있는데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따른 덜어주겠다는 명분이다.

광역 지자체로는 경기도가 월 10만원 지급 방침을 밝혔고, 기초지자체는 울산 울주, 경기 이천 등 10개다. 15만원을 주기로 한 이천에서는 경기도가 지급하는 10만원에 더해 25만원씩 주민 모두에게 나눠주게 된다.

취약 계층 분류 비용을 이야기하는 지자체들의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분류 자체에는 시간과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각종 복지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소득 및 자산 수준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지원은 일선 주민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장이 선별 지원을 결정하기만 한다면 쉽게 대상자를 추릴 수 있다. 노인들 역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지급되는 기초연금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집단을 세분화하기 쉽다.

소득과 부동산은 물론 차량까지 세분화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아동수당 도입 논란이 오해 불러

그렇다면 선별 지급에 비용이 들어간다는 주장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2018년 9월부터 시행된 아동수당 도입 과정의 논란에 따른 결과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도입 초기에만 해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90%에게만 혜택을 주는 제도였다. 하위 50% 이하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많았지만 90%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정책은 전례가 없었다.

선별 비용은 이 과정에서 발생했다. 상위 10%를 추려내기 위해 별도의 소득과 재산 등을 파악해야 했다. 선별을 위한 인건비와 조사비용 등에 최소 700억~14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위 10%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데 따른 추가 비용이 3000억원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선별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 끝에 아동수당은 지난해부터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대상 자체가 다른만큼 아동수당 지급 관련 행정비용을 재난기본소득 논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당시 아동수당 관련 행정비용을 추계했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제이 사회재정보장연구단장은 "아동수당을 애초에 취약계층에게만 지급하는 것으로 설계했다면 행정비용이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재난기본소득 역시 저소득자에 대한 지원만을 목표로 한다면 추가적인 시간이나 비용 지출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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