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취약층에만 '코로나 수당' 주면 행정비용 많이 든다는데…

입력 2020-03-27 17:28   수정 2020-03-28 02:29

“기본소득을 주려고 취약계층을 일일이 구분하는 데 따르는 행정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확산을 명분으로 전체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로 내세우는 이유다. 지난 23일 관련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 및 관련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을 구분하는 데 별다른 비용과 추가 시간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2018년 아동수당을 도입할 당시 불거진 선별비용 논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정보는 이미 확보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취약계층에 국한해 재난 지원금 등을 지급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대상자 선정에는 시간과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정부가 각종 복지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취약층 관련 정보가 충분히 쌓여 있어서다.

대표적인 취약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다. 이들은 소득 및 자산 규모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고령층만 따로 보더라도 소득 상위 30%를 제외하고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 덕분에 도움이 필요한 집단을 세분화하기 쉽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일선 주민센터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지자체장이 결단만 내리면 선별 대상자를 어렵지 않게 추릴 수 있다. 코로나19 관련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로 한정한 서울시가 단적인 예다. 신청자가 주민센터에 지원 대상 여부를 문의하면 ‘행복이음 전산망’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소득과 부동산은 물론 차량 종류까지 세분화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모든 주민에게 돈을 뿌리기보다 피해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큼 지원하는 것이 공공 부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해의 뿌리는 아동수당

취약계층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수반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2018년 9월 도입한 아동수당이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처음엔 소득 하위 90%만 혜택을 받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위 10%’를 따로 추려내야 했다는 의미다.

당시 공공기관들은 일부 상위 계층만 따로 구분하는 정보를 축적하지 않았다. 대부분 복지 정책이 소득 하위에 속한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상위 소득자를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비용이 발생했다. 상위 10%를 가리기 위해 소요되는 인건비 및 조사비용만 최대 1400억원으로 추산됐다. 소득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아동에게 지급할 때 추가되는 수당(약 3000억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이다.

7세 미만 자녀를 둔 가구 소득이 매년 큰 폭으로 줄거나 늘어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육아 과정에서 맞벌이가 외벌이로, 또는 그 반대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다. 한 번 공공 정보를 구축해도 매년 상당한 수정 비용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작년부터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재정보장연구단장은 “아동수당도 애초 취약계층에만 지급하는 것으로 설계했다면 행정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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