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경제학적으로 다룬 책 《예측기계》는 AI를 ‘저비용으로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탐구해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을 예측하는 게 주 업무다. AI가 발전하면 ‘예측의 값’이 싸진다. 재화의 가격이 내려가면 이용은 늘어난다. ‘예측’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예측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기업은 실패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정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다음 소비 행위를 예상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구매로 인한 만족을 높일 수 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가정해보자.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 습관 데이터를 쌓아갈수록 예측 능력이 높아진다. AI가 추천해주는 상품이 맘에 들 확률은 커지고 반품률은 줄어든다.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미리 원하는 상품을 포장하는 것이 기업들이 그리는 시나리오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도 ‘고급 예측 능력’을 얻기 위한 차원이다. 넷플릭스 같은 영상 서비스는 시청자 패턴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잘 찾아내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주변 교통 상황을 잘 예측해야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요청하기 전에 먼저 알고 행동해야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8년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는 AI 시장 규모가 2017년 125억달러에서 2022년에는 1132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영화에서 사만다가 테오도르의 편지를 몰래 엮어 책으로 출판하자 그는 뛸듯이 기뻐한다. 테오도르는 한번도 “책을 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사만다는 그의 숨은 욕구를 읽고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기업들이 바라는 미래 AI 모습의 단편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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