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봉쇄론'에 美 발칵…"우리가 우한이냐" 반발하자 트럼프 철회

입력 2020-03-29 17:38   수정 2020-06-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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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뉴욕 봉쇄’ 방침을 밝혔다가 반나절 만에 “봉쇄는 없다”고 물러섰다. 뉴욕주가 “뉴욕이 (중국) 우한이냐” “금융이 마비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뉴욕 일대 주민에게 “14일간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을 자제하라”는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실제 뉴욕 봉쇄까지 가진 않았지만 ‘중국식 봉쇄’ 조치까지 거론되면서 이날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봉쇄 구상이 알려진 건 이날 낮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뉴욕·뉴저지주와 코네티컷주(등 뉴욕 일대 3개 주)를 2주간 격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1시30분께 트위터를 통해 “핫스팟(집중 발병지역)인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격리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인구의 10%, 미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뉴욕주에 대한 ‘록다운(봉쇄)’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 일대는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29일 0시 기준 미국 내 확진자 12만3700여 명 중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가 총 6만6100여 명으로 5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뉴욕과 뉴저지주는 확진자가 각각 5만3400여 명과 1만1100여 명으로 미국 50개 주 중 1, 2위다. 이들 주에서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국 내 확진자 수는 27일 1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하루 만에 2만 명 넘게 증가했다. 사망자는 하루 만에 530명 이상 늘어나며 2200명을 넘었다.

뉴욕 일대 주는 봉쇄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CNN에 출연해 “주(州)들에 대한 전쟁 선포”라며 특히 “금융부문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미 전역에 담을 쌓기 시작하면 그것은 완전히 괴상하고, 반생산적이고, 반미국적”이라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네드 러몬트 코네티컷주지사도 “코네티컷주는 이미 자택 대피령과 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혼란은 패닉(심리적 공황)으로 이어진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AP통신은 “연방정부가 각 주에 그런 제한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는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헌법상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권한과 책임은 주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20분께 트위터를 통해 “격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의 권고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지사들과의 협의에 따라 CDC에 강력한 여행경보 발령을 지시했다”며 “이는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와 협의해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봉쇄 대신 여행제한으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이후 CDC는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민에게 2주간 필수적이지 않은 여행자제령을 내렸다. 이번 경보는 트럭 수송, 공중보건, 금융서비스, 식량 공급 등 중요한 인프라산업 종사자를 제외한 이들 3개 주 전 주민에게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봉쇄 조치를 거둬들이긴 했지만 각 주별로 뉴욕 일대에 빗장을 내걸고 있다. 플로리다주는 뉴욕·뉴저지주와 인근 루이지애나주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주 진입 고속도로엔 검문소까지 설치했다.

텍사스·메릴랜드·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뉴욕·뉴저지·코네티컷주 등에서 오는 여행객을 2주간 의무격리하고 있다. 텍사스주는 “격리 의무를 어기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드아일랜드주는 주방위군과 경찰까지 동원해 뉴욕 번호판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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