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보전하고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하는 코로나 지원금(긴급재난생계지원금)이 ‘이중삼중 돈 뿌리기’로 흘러가고 있다. 중앙정부, 광역 지방자치단체, 기초 지자체 등 너도나도 현금 살포에 나선 결과다.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해 각 지자체가 포퓰리즘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지자체와 정부의 중복 지원을 허용하면 경기 포천시의 4인 가구는 약 34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대구시 4인 가구(180만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코로나 지원금엔 예산이 최소 5조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져 안 그래도 불안한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복 지원으로 지역 간 형평성 훼손
정부는 30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 지원금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중위소득(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할 때 순위별로 50번째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 이하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당·정·청은 29일 밤늦게까지 지원 범위와 수준 등을 조율했다.
당·정·청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 중 하나는 지자체와 정부의 중복 지원 문제다. 중복 지원 논란은 지금도 일고 있다.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도내 기초자치단체 10여 곳이 1인당 최대 40만원의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도 1인당 10만원을 중복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의 코로나 지원금까지 더하면 광명·이천·여주·김포시 등엔 삼중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기초·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없는 지역과의 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 피해 지원이 가장 절실한 대구시민이 경기도민보다 현저히 적은 지원금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지자체의 코로나 지원금을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지자체가 집행을 시작한 상황이라 일원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빚 늘어 국가신용등급 하락할 수도”
국가 재정 악화도 피할 수 없다.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50만~100만원씩 지급하는 정부안대로면 약 5조~6조원의 예산이 들 전망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선 전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총 36조원을 지원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5조~36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마련하려면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가채무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에 이를 전망이다. 2018년 35.9%였던 것이 복지 지출 확대 정책 등으로 급격히 올랐다. 코로나 지원금이 더해지면 42%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의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빨라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고 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경고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규모 국채 발행은 채권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소지도 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짙어지면서 일반 회사채가 외면받고 있는데, 안전자산인 국고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회사채 기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을 퍼붓는 게 실효가 있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24일 “경제 활동이 멈춘 상황에서 대규모 현금성 지원은 ‘엇박자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소비 활동이 살아나도 문제다. 아직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100명 이상 나와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는 코로나 지원금을 사회보험료 지원 등 가계 지출 부담 완화 대책으로 대신하려 했으나 “그래도 현금 지원은 해야 한다”는 여당 주장이 확고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준/성수영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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