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 모범' 자랑하느라 의료진 사투 외면해선 안 된다

입력 2020-03-29 18:22   수정 2020-03-30 00:39

정부가 결국 다음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의무적 격리를 시행키로 했다. “의료진도 지쳤다. (우리나라도) 이제라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의 호소가 나온 뒤에야 마지못해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과부하가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내 의료계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던 정부가 ‘개방 방역’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70일이 지나며 점차 의료진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이르고 있다. 대구지역 2100여 명의 의료진 중 코로나 감염자가 121명이나 나왔고, 그중 한 명은 위중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사기를 한순간에 떨어뜨릴 납득하기 힘든 일도 벌어졌다. 보건당국이 대구·경북지역 의료진의 위험수당을 당초 약속과 달리 일부 제외하거나 휴일 근무조건을 변경시키는 식으로 깎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경북 경산에서 사망한 17세 청소년의 코로나 확진 여부를 놓고 영남대병원과 설전을 벌이며 의료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방역 모범국’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느라 의료현장의 고충은 외면하는 듯한 정부의 자세는 적절치 못하다. 지난 28일 처음으로 완치자 수가 환자 수를 넘어선 데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축하할 자그마한 성과”라고 자평했지만 그에 앞서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부터 칭찬했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감염원 유입을 통제했다며 ‘개방 방역’을 자화자찬했지만 그 이면에는 지칠 대로 지친 의료진이 있다.

의료인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줄곧 외국인 입국 금지를 강하게 주문해왔다. 정부의 ‘개방 방역’ 방침에 따른 뒷감당을 다하면서도 “이제는 외국인까지 치료해줄 정도로 일선 인력이 남아 있지 않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여태껏 정부가 자랑해온 게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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