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현대오일뱅크가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다. 영구채는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 연장이 가능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30일 28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채권 금리는 연 3.5%로 결정됐다. 이 회사가 5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2%포인트 더 상승하는 조건이 붙었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NH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현대오일뱅크가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은 2015년 말 발행한 2250억원어치 영구채의 조기 상환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는 오는 12월 11일 해당 채권을 조기 상환하지 않으면 금리 상승 조건이 발동된다. 현대오일뱅크가 5년 전 발행한 영구채 금리는 연 4.8%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콜옵션 행사가 다가오는 기존 영구채 상환에 대비하는 목적으로 미리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영구채 발행으로 미리 자본을 쌓아 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자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현대오일뱅크가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배경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둔화로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냉각되고 있다. 자금 조달 시기를 뒤로 미룰수록 악화한 실적과 부실한 재무상태를 드러낸 채 투자자를 모집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채권 발행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정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등으로 험난한 영업환경에 처해 있다. 최근엔 모든 임원이 급여의 20%를 무기한 반납하고 경비 예산을 최대 70% 삭감하는 내용의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은 21조1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220억원으로 21% 줄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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