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기내식사업 부문의 하루 생산량이 7만 개에서 1만4000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에 이어 기내식이 많이 투입되는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마저 급감한 결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 국제선 여객(5만1541명)은 지난해 12월보다 96% 줄었다.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국제선 전면 운항 중단에 따라 기내식 제공 서비스가 멈췄다. LCC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휴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편수에 따라 일감이 생기는 지상 조업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조업사인 이스타포트는 모기업인 이스타항공이 지난 24일부터 국제·국내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전체 300여 명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조업 자회사 아시아나에어포트도 조업량이 기존 1000편에서 200편대로 줄었다. 국내선보다 조업료가 비싼 국제선 편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2~3월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항공사들이 경영난 심화를 이유로 조업료 납부를 미루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외항사들로부터 이달 받아야 할 2월 조업료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매출은 없는데 인건비는 계속 나가다 보니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조업사 협력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항공사→조업사→협력업체’ 순서로 돈이 흘러 들어가는 구조에서 항공사와 조업사의 경영난이 악화하자 협력업체들은 가장 먼저 구조조정에 나섰다.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조업사)의 기내청소 협력업체 EK맨파워는 최근 직원 250여 명에 대해 무급휴직과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2차 협력업체 KA도 무급휴직 절차를 밟고 있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장 인천공항 임차료를 못 낼 처지인데 연체 이율이 연 15.6% 수준이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했다.
항공업계 생태계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머물고 있다. 한 조업사 관계자는 “정부가 감면해주기로 한 계류장 사용료 20%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2400만원 정도”라며 “2월부터 두 달간 발생한 매출 피해 160억원의 0.3%에 그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협력업체들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국내 5개 조업사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조만간 계류장 사용료 및 구내영업료 면제 등을 요구하는 3차 공동청원서를 낼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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