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난 27일 기준 국내 961개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약 60조원(59조2752억원)이었다. 지난 한 달간(2월 27일~3월 27일) 늘어난 금액은 5조3551억원. 이 중 5조3347억원이 인덱스 펀드로 흘러들어갔다. 비율은 99.6%. 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로 간 자금은 204억원에 불과했다. 인덱스 펀드는 주가지수 상승률만큼 수익을 낸다. 주가가 급변동하는 시기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시장을 샀다”고 말하는 이유다.
액티브 펀드가 시장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분석이다. 짧게 봐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19.60%로 코스피지수 하락폭(-16.40%)보다 크다. 최근 1주일 수익률도 인덱스주식(18.20%)이 액티브주식(14.39%)보다 성과가 좋았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19.52%),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17.48%) 등 설정액 규모가 1조원이 넘는 주요 액티브 펀드도 코스피 낙폭보다 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액티브 펀드가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지 못하자 투자자들에게 ‘불신’이 생긴 것”이라며 “개별 종목 투자 리스크를 감내하기 힘든 투자자는 차라리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저렴한 수수료의 인덱스 펀드
수수료 부담도 더해져 인덱스 펀드 선호 현상이 더 강해졌다. 국내 액티브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1.25%로 인덱스펀드의 상장형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 평균 수수료(0.55%)보다 훨씬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200 ETF는 연 수수료(보수율)가 0.09%에 불과하다. 2008년 설정액이 1조원대에 머물렀던 ETF 시장은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12년 만에 시장 규모가 25배(43조9000억원) 증가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신용위기를 겪은 후 액티브 펀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글로벌 연기금들은 인덱스 펀드 운용 비중을 늘렸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국부펀드 운용자금 중 47%가 인덱스 펀드로 운용되고 있다”며 “ETF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연평균 18%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규제, 사모펀드 규제 등으로 갈 곳을 잃었던 자금까지 더해져 당분간 조정장에서 인덱스 펀드로 자금 유입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수정 연구원은 “인덱스 펀드 등 패시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 폭락에 덜 민감하다”며 “다만 코로나19가 진정돼 주가 반등을 통한 투자 수익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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