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번에 그친다는 보장없는 '코로나 지원금', 뒷감당도 고려해야

입력 2020-03-29 18:22   수정 2020-03-30 00:44

정부·여당이 코로나19 사태로 생활고를 겪는 계층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2500만 명 이상의 국민에게 ‘코로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어제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오늘 문재인 대통령 주재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확정한다. 이달 초 일부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군불을 때기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정부 방침이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전례 없는 대규모 지원금을 풀기에 앞서 재원 마련,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숙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

우선 재원마련 방안부터 ‘깜깜이’다. 이번 지원금은 지급대상 범위에 따라 최소 5조원에서 최대 36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취약계층·소상공인 지원에 쓸 수 있도록 한 관련 시행령이 이번 주 시행되지만 그 규모는 3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여당으로선 이제 막 거론하기 시작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기존 513조원의 초슈퍼예산을 ‘코로나 비상대책 예산’으로 재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2차 추경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위기가 장기화돼 지원금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문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L’자형(경기악화 후 횡보), ‘I’자형(지속적 악화) 침체 전망까지 나오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어려움이 3∼4년간 지속되는 ‘U’자형 시나리오를 우려했다. 그럴 경우 2차·3차 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 그때는 무슨 재원으로 줄지 정부로서도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지원금은 직접 피해를 입은 국민이나 취약계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더라도 자칫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광역·기초지자체 간의 재정사정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부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수정·보완할 기회는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끝까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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