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 누가 받나" 혼란 큰데…정부 "자산기준은 못 정해"

입력 2020-03-30 17:33   수정 2020-03-31 02:05


30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 정보 사이트 ‘복지로’에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정부가 오후 1시30분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지원 대상이 되는지 알아보려는 시민들이 홈페이지에 몰린 탓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복지로에서도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정부가 구체적인 지원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 70%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가장 중요한 대상조차 정하지 못한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 전자화폐 형태의 지역상품권 등으로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서도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의 사용이 제한돼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부 바람대로 시민들의 외부 소비 활동이 활발해지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 집은 돈 받나” 혼란

코로나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 가구’에 주어진다. 전체 2050만 가구 중 1400만 가구가 대상이다. 소득 기준으로만 보면 1인 가구는 40만원, 2인 가구는 60만원, 3인 가구는 80만원, 4인 이상 가구는 100만원을 지급한다. 정부는 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 사업과 중복 지원도 허용했다.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사업’에 따라 140만원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중위소득 30% 이하) 4인 가구는 코로나지원금을 더해 총 24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자신이 지원 대상인지 알 수 없다. 당장 하위 70% 소득이 얼마인지 모른다. 정부는 이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당초 4인 가구 기준 월 712만원 등 ‘중위소득 150% 이하’가 검토됐으나 전날 당정청협의회를 거치며 기준이 바뀌었다. 소득은 근로소득만인지, 금융소득을 포함한 종합소득인지, 연금소득은 합산되는지 등에 대해서 정부는 어떤 지침도 설명하지 못했다.

정부는 이 와중에 자산 기준도 추가하기로 했다. 한때 복지부는 “자산이 기준에 포함된다”고 했고 기획재정부는 “아니다”고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화폐로 지급돼 온라인 소비 불가

코로나지원금을 지역화폐 또는 지역상품권으로 한정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상품권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지역상품권인 서울사랑상품권의 경우 소비자가 많이 찾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선 사용할 수 없다. 노래방, 미용실, 중소마트 등도 가맹점에 해당하는지를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지역상품권 사용처는 대부분 오프라인 매장인데, 이런 곳을 찾기 위해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과도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명 가까이 발생하는 상황이어서 외부 활동이 많아지면 감염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지역상품권이 ‘깡’과 같은 부정유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복지행정연구회는 최근 “지역상품권은 상품권 깡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커 발행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했다.

언제부터 쓸 수 있는지도 몰라

코로나지원금이 언제 지급되는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정부는 4·15 총선이란 정치 일정을 고려해 다음달 16일 이후로 고려하고 있지만 확정해 발표하지 못했다. 사용기한이 5월 말인지, 6월 말인지, 올 연말까지인지도 정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원 마련을 위해선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돼야 하는데 알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확정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중순 전에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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