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 부동산 펀드 거래가 중단되고 부동산투자신탁(REIT)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7일 이후 9개 이상의 자산운용사들이 130억파운드(약 19조4700억원) 규모의 개방형 부동산 펀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부동산 가치 평가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도 4개 부동산투자신탁사가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증권 가격 급락과 자금 이탈 등으로 계속되는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 요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모기지증권펀드에서는 최근 2주간 빠른 속도로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 거래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 때보다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캐나다연기금은 런던 소재 부동산에 대한 지분 50%를 싱가포르 자산운용사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무산됐다.
국제금융센터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 전망으로 상업용 부동산 매매·임대 가격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경기 침체 강도가 관건이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부동산 매매·임대 가격이 20~50% 하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기지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상업용 모기지 부채는 3조달러(약 3660조원)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이 감소하면 임차료 미납 등이 모기지 부실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은 경제활동이 2개월 이상 차질을 빚을 경우 비은행 모기지관리기관들이 부실화 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동산펀드의 유동성도 악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려가면서 모기지증권 가격이 하락하고 마진콜이 증가해 모기지증권 매도가 다시 이뤄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영국 금융감독청은 오는 9월부터 부동산 등 비유동성자산에 투자하는 개방형 펀드에 대해 투자자산 중 20% 이상 평가가 어렵게 되면 거래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모기지 부동산투자신탁이 보유한 모기지대출 채권이 50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한국도 그간 해외 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했을 때 해외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해외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015년 말 1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4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