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8년 만에 20弗 깨졌다

입력 2020-03-30 17:43   수정 2020-10-15 19:00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추락하는 등 국제 유가가 18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세계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 경쟁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5월물은 한때 6% 내리며 배럴당 19.92달러를 기록했다. WTI가 배럴당 20달러 밑에서 거래된 건 2002년 이후 18년 만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도 장중 7.6% 급락해 배럴당 23.03달러에 거래되면서 역시 18년 만에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한 달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4월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혔지만 미국 내 감염자가 15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자 물러선 것이다. 이는 미국의 원유 수요를 더 위축시킬 것으로 분석됐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국제유가, 10달러대로 '털썩'…수요 끊기는데 내일부터 증산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29일 오후 6시(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폭락세로 거래가 시작됐다. 오후 6시40분께에는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20달러가 무너졌다. 전날보다 6% 떨어지면 배럴당 19.92달러를 기록한 것.

유가 급락세는 미국의 수요 감소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이란 우려 탓이다. WTI뿐 아니라 브렌트유 5월물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장중 7.6% 급락해 배럴당 23.03달러에 거래되며 역시 18년 만에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원유 소비국의 경제활동에 타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산유국 2, 3위인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4월 1일부터 증산 경쟁에 들어간다. 기존 감산 합의가 이달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사우디 에너지부의 한 관리는 지난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그동안 접촉한 적이 없으며,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 소속국 확대나 시장 균형 문제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벨 소로킨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도 “배럴당 25달러 유가는 즐겁지 않지만 러시아 원유 회사들에 재앙은 아니다”고 말했다. 협상 가능성을 양국 모두 배제한 셈이다.

원유 공급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는 예상을 초월하고 있다. 당초 OPEC 등은 올해 하루 소비량을 1억 배럴로 전망했지만 현재 소비량은 예상치의 4분의 3에도 못 미친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하루 수요가 예상치보다 260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리서치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최대 3600만 배럴까지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리 칠링귀리언 BNP파리바 수석상품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수요가 이런 속도로 줄어들면 산유국들이 어떤 조치를 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의 수요가 감소하자 산유국의 원유 저장고는 가득 차오르고 있다. 미국의 원유수송관 업체인 아메리칸파이프라인은 최근 생산자들에게 산유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브라질의 저장고는 이틀분, 멕시코와 노르웨이는 1주일분 정도만 비어 있다.

저장고가 꽉 찬 일부 지역에선 유가가 훨씬 낮게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텍사스 중부에선 셰일오일이 배럴당 13달러 선에 팔렸으며, 캐나다의 벤치마크 유종인 서부캐나디언셀렉트는 27일 배럴당 5.03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제련, 수송 등이 차질을 빚어 ‘가격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지난 한 주 약 9% 올라 27일 온스당 162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7년 만의 최고치다. 특히 24일 금 현물과 4월 선물 가격이 한때 온스당 70달러까지 벌어졌다. 현물과 선물 근월물의 가격 차가 통상 몇 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선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현물 거래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골드바를 생산하는 스위스의 3개 업체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문을 닫았고, 금괴를 수송하는 전문업체들도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 측이 현물을 산 투자자에게 금괴를 인도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선물에 몰려 가격 차가 벌어진 것이다. 세계 최대 금거래소인 런던귀금속거래소는 최근 현물 운송에 문제가 있음을 딜러들에게 공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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