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즈노블’ 안병숙 대표 “메이크업, 현장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 있다”

입력 2020-04-01 10:37   수정 2020-04-08 10:32


[박찬 기자] 현대인에게 ‘일’이란 더 이상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다. 때로는 꿈을 실현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를 발현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걸어가는 사람은 더욱더 당당한 모습이다. 단면적인 성공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가는 것.

메이크업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아이콘이다. 자신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돋보이게 해줘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 간단하게는 깔끔하고 청초해 보이는 연한 화장에서 화려하고 두터운 색조 화장, 전위 예술적인 분장까지 상황에 따라 화장법도 다르다.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는 이 분야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역할은 그야말로 다채롭고 인상적이다.

‘미즈노블 뷰티 살롱’의 안병숙 대표는 29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일에 대한 슬럼프를 오히려 몰입을 통해 이겨낸다는 그. 항상 새로운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에서 그가 왜 성공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샵에서 나눈 극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Q. 본인 소개 좀

“뷰티 교육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겸하고 있는 미즈노블 뷰티 살롱 안병숙 대표다. 올해 29년차 경력으로 정샘물 원장님, 조성아 원장님처럼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스승으로는 잘 알려진 것 같다(웃음)”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고등학교 3학년 때 ‘태평양’에서 메이크업 수업을 진행했는데 화장 하나로 사람 얼굴이 바뀐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 이후로 이 길을 걷게 되었다”

Q. 원래 남을 꾸며주는 일에 대해 흥미 있는 편인가

“그렇다. 나보다 남이 예뻐지는 걸 싫어했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웃음).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기본적으로 심성이 고운 사람들이 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 남을 아름답고 멋지게 꾸미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맞아야 한다”

Q. 최근에 담당하는 셀럽

“너무 많다. ‘포미닛’ 출신의 손지현부터 배우 문지인, 팝페라 가수 폴 포츠, 재즈 가수 웅산, 배우 김영철, 임하룡 선생님까지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하다”

Q. 뷰티 아티스트, 대표, 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장 자신에게 마음에 드는 수식어가 있다면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청담동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이번에 담당했던 함소원, 미나 씨는 다른 곳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나한테 다시 찾아올 정도다. 둘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나. 기존 샵에서 진행했던 나이 들어 보이는 메이크업보다 내추럴함을 강조했다. 문지인 씨의 경우에는 자신만의 색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껴서 그 매력을 살렸다. 다른 분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한 후에 그 사람의 골격과 톤에 맞춰 메이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배우든, 가수든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파악한 후에 끌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Q. 최근 배우 전혜빈의 웨딩 메이크업을 담당해서 화제에 올랐다. 이때 보여준 메이크업 포인트가 있다면

“촬영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그 지역 특유의 내추럴함을 최대한 표현했다. 웨딩 화보 촬영 자체가 대중들에게 너무 인위적으로 꾸며내는 경우가 많지 않나. 혜빈 씨도 그런 요소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했던 것 같다. ‘자연 속에서의 아름다움이 트렌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전하더라.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당시 드레스 대표님이 내 팬이 되셨다(웃음). 불쾌할 정도로 습도와 기온이 높았지만 메이크업이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는 내가 직접 론칭한 ‘청담29 H2 하이드로젠 메이크업스타터’를 통해 수분감을 보존할 수 있었다”

Q. 메이크업을 시작한 지 벌써 29년이 되었다고. 트렌드를 파악하는 본인만의 비법이 있나

“비법은 항상 늘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메이크업에 임하는 것. 29년이라는 시간으로 배움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셀럽들과의 매거진 화보 작업을 쉬지 않고 그것을 위해 연습도 멈추지 않는 편이다. 보통 전지현 씨 웨딩 촬영을 담당하셨던 김보하 대표님과 작업을 많이 하고, 최근에는 포미닛 출신의 손지현 씨와 촬영에 임했다. 웨딩 촬영이지만 ‘웨딩스럽지 않은’ 느낌을 보여주려고 한다. 손지현 씨는 한 번도 이런 웨딩 촬영을 해본 적 없다고 하더라. 그야말로 ‘역대급’ 웨딩 촬영 작업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웃음). 내가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다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고,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든 아니든 고객들의 그런 감정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다”

Q. 대학교수, 뷰티 아카데미 학원장, 김대중 대통령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일을 전담했다고 들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깊었을 것 같은데

“대통령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전담은 아니고 한 번 정도 담당했었다(웃음). 만약에 그 일을 담당할 경우에는 모든 일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대기업 회장님의 전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맡았던 적은 있다. 물론 지금까지 우여곡절은 많았다. 10년 동안 믿었던 제자에게 배신도 당해보고 감정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나중에 더 잘 됐기 때문에 그쪽에서 미안하다고 먼저 연락이 온다(웃음)”

Q.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적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많았다. 사실 그전까지 한 번도 돈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는데 청담동에 오고 나서 힘들었다. 여긴 기본 유지비가 몇천만 원대지 않나. 그때 감정적인 일도 함께 겹쳐서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고 사명감이 사라졌던 것 같다”

Q.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

“결국 답은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일을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 29년 동안 해온 게 너무 아깝지 않나(웃음). 주위의 격려와 응원을 통해 이 자리에 다시 올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들에게 다시 꿰맸다고 해야 할까”

Q. 충고받았던 멘토가 있었나

“내가 메이크업 교육 1세대다 보니 사실 멘토가 없었다. 96년도에 학원에서 잠깐 시간 강사로 들어갔을 때 말고는 거의 책임자 역할로 일을 해왔다. 그래서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정진해나갔던 것 같다. 그만큼 외로웠고 고독했지만”

Q. ‘월드미스유니버시티세계대회’에서 메이크업을 총괄하고 ‘미스월드베스트선발대회’에서는 메이크업 총괄과 심사위원을 담당했다고. 국적이 다른 만큼 국제 행사에서는 다양한 느낌의 포인트가 필요했을 것 같다.

“10년 전 ‘월드미스유니버시티세계대회’에서 메이크업을 총괄했을 때 정말 인상 깊었다. 40개국 미녀들을 보는 자리였는데 정말 특색과 매력이 넘치더라. 그럴 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흑인 모델을 위한 메이크업 제품이 준비가 안 됐다 보니 그분이 직접 가져오신 제품으로 연출했다. 요즘에는 국내에도 ‘세포라 코리아’가 생겨서 다양한 해외 제품을 찾아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부분이 어렵지 않았나. 그 부분에서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Q. ‘K-뷰티패션 월드페스티벌’ 교육부장관상과 교육부 장관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단순하게 남을 꾸며주는 사람이 아닌 ‘영향력을 갖춘 사람’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가정 교육을 잘 받았다. 내가 8살 때 썼던 편지를 발견했는데 내가 봐도 정말 올바른 느낌이더라. 내가 어떻게 이런 마음으로 살아올 수 있었나 생각해보니 결국은 아버지의 교육 덕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기본적인 덕목에 대해 지도해주셨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자랄 수 있었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느껴본다. 그리고 그만큼 내 사람들에게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신뢰받는다.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은데 이런 면 때문에 내가 초심을 잃지 않았던 것 아닐까”

Q. ‘미즈노블’이라는 이름이 매우 산뜻한 느낌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가.

“‘미즈(Ms.)’라는 말이 사전적으로 여성을 통칭하는 말이다. 원래 ‘미즈 노블레스(Ms.Noblesse)’인데 편의상 지금의 ‘미즈노블’로 줄이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여성을 귀족처럼 꾸며준다는 뜻이다. 고객들을 최고로 만든다는 가치관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런 분위기를 엔틱한 인테리어와 클래식한 음악 등 샵에 자연스럽게 녹이고자 노력했다”

Q. 유튜브 채널 ‘안샘의 뷰티쑥쑥’을 통해 뷰티 유튜버로서 발을 내디뎠다. 본인 채널만의 강점이 있다면

“강점은 무엇보다도 기초적이지 않고 전문적이라는 것. 업로드 목적 자체 판매가 아닌 응용의 정보 전달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아티스트가 봐도 심도 있고 난이도 있는 내용이다. 사실 영상 내용 자체가 많이 어렵다(웃음). 예를 들자면 ‘퍼스널 컬러 찾아내는 방법’, ‘메이크업 오래 유지하는 방법’, ‘얼굴 작아 보이는 방법’ 등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이상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Q. 대학교의 교수역임 활동과 다양한 강연 일을 맡았던 만큼 많은 제자를 두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다면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도 내 제자다. 직접 가르친 건 아니지만 내 제자의 제자라고 해야 될까(웃음).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보면 정말 자기 얼굴을 유니크하게 연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제자들이 이렇게 성공하는 걸 보면 뿌듯하고 기쁘다”

Q. 뷰티 아티스트의 일과

“평상시에는 연예인의 스케줄에 맞춰 활동하다 보니 정해져 있지 않고 항상 유동적이다. 쉬는 날이 없는 것 같다(웃음)”

Q. 메이크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고른다면

“가장 중요한 건 무엇보다도 눈인 것 같다. 눈빛만 봐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메이크업할 때도 남들은 피부부터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눈부터 작업한다”

Q. 아직도 현장에 직접적으로 나가 근무한다. 초심을 지키는 가치관이 있는 건가

“연차가 쌓였다고 가만히 앉아서 지시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중요한 포인트는 꼭 중심에 서서 작업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Q. 그런데도 이 직업이 매력 있는 이유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내가 만든 작업물이 누군가에게는 학습이 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매력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교과서’가 되는 것이지 않나. 그만큼 내게 일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

Q. 반대로 일을 하면서 제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주변 사람들은 내가 작업하는 것을 보고 항상 칭찬해주지만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다가 ‘내가 브러시를 이제 내려놓아야 되는 걸까’하는 마음을 먹은 적 있다. 일종의 슬럼프가 일 년 가까이 가더라. 그 시간 동안 나는 결국 극복을 하게 되었고 나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Q.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인가

“일에 대한 몰입. 될 때까지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 기술적인 스킬, 색에 대한 감각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몰입해야 하며 그만큼 재능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는 데 필요한 역량

“당연히 바른 인성이다. 메이크업 스킬이 좋아도 기본적인 인성이 안 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청담동에서는 후배가 브러시 한번 떨어뜨렸다고 면박을 줄 때도 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다. 본인의 능력이 당당하다면 그런 ‘군기’를 잡지 않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체가 감성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일인 만큼 인성이 중요하다”

Q. 일상생활에서 메이크업 지속력을 높이는 팁

“무엇보다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가 건조한 사람들이 메이크업하는 것은 프라이팬을 달구는 것과 똑같다. 두 번째로 각질 제거를 생활화하는 것.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겉에 각질이 쌓여있을 때는 금방 메이크업이 날아갈 수 있다. 산뜻한 수분감의 기초 메이크업도 효과적이다”

Q. 최근 마스크를 자주 착용하면서 피부 트러블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트러블 케어 팁이 있다면

“요즘 같은 때는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는 상황이지 않나. 나 같은 경우에는 메이크업도 최소화한다. 기초 메이크업은 듬뿍 발라주고, 색조나 파운데이션 등 제품 6가지를 사용한다면 3가지로 줄여야 한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택했을 것 같나

“성악가가 되었을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만 안 하셨더라도 나는 음악 쪽으로 나갔을 것이다.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관련 아티스트에 관심이 많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 임세경씨, 일본의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등 전담하는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보면 내 꿈을 대신 이뤄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웃음)”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평생 해야 하는 직업인만큼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화장하는 정도의 기술이 아니라 ‘아티스트’라는 이름처럼 색에 대한 이해도나 다양한 이론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 이외에 겸손한 마음도 갖추어져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웃음)”

Q. 최종 목표

“‘K뷰티’가 세계적이지 않나.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오래 한 선배 입장에서 그 길을 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처음부터 아티스트가 돼서 일하지 않았고 뷰티 교육 쪽에서 시작한 만큼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싶다. 그리고 내가 직접 론칭한 ‘청담29’가 샤넬과 같은 명품 뷰티 브랜드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앞으로는 ‘세포라’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몰에 입점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감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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