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착취물을 텔레그램 등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박사방' 공범들이 오는 4월 재판을 앞두고 잇따라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간 유사 사건에서 반성문 제출로 감경이나 감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던 만큼 '형량 낮추기' 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넘겨진 박사방 공범 3명은 전날 일제히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모씨는 '박사' 조주빈이 구속된 지난 19일부터 주말을 빼고 매일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했다.
조주빈의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한씨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선처를 호소한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이날까지 모두 8차례, 총 9부 냈다.
박사방 운영진 '태평양' 이모(16)씨도 이날 처음으로 사건을 맡은 형사22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박사방을 운영해온 이씨는 지난 2월 2만여명이 가입된 '태평양 원정대'라는 유사방을 별도로 만들어 성착위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이씨의 첫 재판은 그간 오 부장판사가 성범죄자들에게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일며 사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법원이 재판부를 대리부인 형사22단독 박현숙 판사로 재배당하며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현직 공무원 천모씨는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에 지난 2일, 16일 반성문을 냈다. 이어 30일에도 반성문을 제출했다.
n번방 전 운영자이자 연결통로를 했던 '와치맨' 전모씨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최소 12차례 걸쳐 반성문을 냈다. 전씨는 작년 10월 인터넷에서 불법촬영문 웹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n번방 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정황이 포착돼 추가 기소된 상태다.
조주빈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다음 달 중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여죄를 추가로 밝혀낼 경우 이들의 혐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들이 재판부에 잇따라 반성문과 탄원서를 제출하는 이유는 감형 목적으로 해석된다. 반성 여부가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형 기준에는 포함돼 있어서다. 판결문에 감경 사유로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 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선고된 성범죄 관련 하급심 판결 중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137건의 양형기준을 분석한 결과 3분의1 수준인 48건이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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