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입력하며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DT판매 부스는 '남1문'에 위치하지만, 내비게이션에 '남1문'은 검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상호명을 도착지로 입력했다가 내비게이션이 주차장이 아닌 도보 문 앞으로 안내해 준 경험을 말이다.
이런 경우 주차장 입구를 찾기 위해 건물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특히 노량진수산시장은 기존에 DT 매장을 운영했던 곳이 아니므로 장소 안내가 미흡하게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시장 건물 주변을 두세 바퀴 더 돌 각오로 출발했지만, 이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내비게이션은 노량진수산시장 주차장까지 정확하게 안내해줬고, 주차장 입구에는 '드라이브스루'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안내판만 잘 따라가면 전혀 헤맬 일 없이 부스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셈이다.
부스에 도착하자 직원이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메뉴는 광어, 도미, 숭어, 연어로 구성된 모둠회 하나뿐이다. 대·중·소 사이즈별 가격은 각각 4만9000원, 3만9000원, 2만9000원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맞게 음식을 고른 뒤 빠르게 자리를 뜰 수 있도록 가장 대중적인 메뉴를 선정해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시장 판매중개 앱 '싱싱이'를 이용하면 다른 메뉴도 구매할 수 있다. 앱을 통해 가게와 메뉴, 수령예정 시각을 선택하면 모둠회 외에 킹크랩, 새우 등 다른 메뉴도 구매할 수 있다. 가게 직원이 수령 예정 시각에 맞춰 수산물을 DT부스로 가져다주며, 결제는 현장에서 이뤄진다. 단 DT서비스 이용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므로 이 시간에 맞춰 수령 예정 시간을 입력해야 한다.
모둠회를 구매하면 초고추장과 간장은 함께 주지만, 채소는 마트에서 따로 구입해야 한다. 부스 직원은 회를 판매한 업체의 명함도 함께 건네준다.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업체에 문의할 수 있고, 음식이 마음에 든다면 다음번에 또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측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발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먼 곳에서 온 소비자들이 아이스팩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아이스팩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채소를 같이 판매해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채소는 부피가 커 DT부스에서 판매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장 측의 입장이다.
시장의 특성상 기자가 방문한 월요일 낮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인기가 많아 긴 줄이 늘어졌다고 한다. 지난 28~29일 주말 이틀간 DT서비스를 통해 판매된 회는 600그릇 이상이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2600만원 이상이라고 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주말 동안에 실적이 잘 나와서 상인들의 반응도 좋다"면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DT 서비스가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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