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31일(10: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정유회사인 에쓰오일이 신용등급 하락을 눈앞에 뒀다.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품수요 감소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0일 에쓰오일의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은 2년 안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3% 줄었다. 주요 수익원인 석유제품 마진이 대폭 축소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3.0~3.5달러로 과거 10년간 평균(배럴당 5.0~6.0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올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더욱 험난한 영업환경에 내몰렸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유가마저 크게 떨어졌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6.6% 하락한 배럴당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S&P는 에쓰오일이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로 올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봤다.
최근 연이은 대규모 설비투자로 차입금이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에쓰오일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설비(ODC)로 구성된 복합석유화학시설을 짓는데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투자자금 중 상당금액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하면서 2015년 말 3조5951억원이던 에쓰오일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말 6조6926억원으로 불어났다.
S&P는 큰 폭의 수익성 악화로 2018년부터 지난해 5.5~6.5배 수준이던 에쓰오일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올해 10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용평가사는 해당 지표가 장기간 5배를 웃도는 상태가 지속되면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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