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후보 순번 2번에 이름을 올리며 '노욕 논란'을 빚었던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민생당의 비례대표 순번과 관련하여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된 데 대해 마음 깊이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손 위원장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다는 노욕보다는, 국회의원이 되어서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해 개헌을 해야겠다는 ‘야심’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민생당은 비례대표 2번에 손 위원장을 올렸지만, 안병원 공천관리위원장이 해임되고 당내 인사들이 탈당하는 등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손 위원장을 비례 14번으로 조정했다.
손 위원장은 "나는 지난달 24일을 끝으로 바른미래당의 대표를 내려놓고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그런 내가 지난주 비례대표 2번으로 내정되어 ‘노욕’으로 비추어진 점, 뭐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의 극한투쟁 정치를 끝장내고, 경제와 민생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를 열기 위해서는 21대 국회에서 7공화국을 위한 개헌을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었다"라며 "내게 비례대표 신청을 하라는 공천관리위원회의 요청을 고심 끝에 받아들인 이유였다"라고 덧붙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선 "재작년 나의 단식을 통해 싹이 텄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법 협상 과정을 거치며 누더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 구조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면서 "그러나 그 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고, 뒤를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국민의당도 비례대표 후보만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정치 자체가 웃음판이 되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촛불혁명으로 집권해서 적폐 타도를 외쳐왔지만,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며 "조국으로 대표되는 신적폐세력에 갇힌 그들은 그들이 저지른 실정과 위선으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우리에게도 정치 구조를 바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중도개혁의 대표정당, 민생당이 바로 그 게임 체인저"라며 "나와 민생당은 총선 이후 개헌 논의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에 대해선 "그동안 나라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며 "당 대표는 취임 이후 삭발하고, 단식하고, 청와대 앞에서 천막농성하고, 색소폰 불고, 공천 장난한 것 말고 무엇을 했는가"라며 "이들은 지금도 총선 승리 후 문재인 탄핵을 구두선처럼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통합당은 오직 선거 승리만을 내세우며 지조와 철학 없이 이당 저당 왔다 갔다 하는 기술자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끌어들였다"면서 "그분이 교언영색으로 국민을 현혹하지만, 국민은 이러한 코미디에 헛웃음을 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손 위원장은 또 정부를 향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및 의료체계 재점검 △민생경제 위축 대책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 및 재설정(리세팅. resetting) 등을 촉구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70% 인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 원 지원 방침은 유효한 정책이기는 하지만 포퓰리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대상은 줄이고 금액은 증가해서 보호가 절실한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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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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