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이주열 총재 등 임원과 금융통화위원들이 4월부터 4개월간 급여의 30%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임원들이 반납한 급여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저소득층 등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한은이 보도자료를 낸 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내용의 임원 급여 반납을 결정했다.
정부가 지난 21일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급여를 4개월간 30%씩 반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공공기관 수십 곳이 급여 반납에 동참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정부 발표 이틀 뒤 공기업 중 최초로 임원급 연봉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모은 돈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취약계층 등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 간 ‘눈치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같은 부처 산하 공기업이 먼저 ‘급여를 반납하겠다’고 손을 들면 나머지 공기업들도 따라 손을 들게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관 내부에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 참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 노동조합은 지난 26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공기업으로서 코로나19 고통 분담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원들의 쌈짓돈을 모아 회사에서 생색내듯이 지역에 뿌리는 방식은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24일 “임금 반납을 위한 동의서를 4월 초 받을 예정”이라며 내부 공문을 돌렸다.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간 임원은 월 급여의 30%씩 반납하고 1~2직급은 10~30%, 3직급 이하는 1~30%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급여를 반납하자는 것이다.
노조 측은 “회사는 자유의사에 의한 임금 반납이라고 하지만 임금 반납을 독려하거나 강요하는 간부가 발생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원이 30%를 반납하다 보니 1급 부서장보다 급여를 덜 받게 되는 문제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임원은 고참 국장에 비해 급여가 줄어든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임원의 급여 반납은 일반인의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적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코로나19 고통을 분담한다는 데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소비심리 회복도 중요한 과제인 만큼 각 기업과 기관의 사정에 따라 고통 분담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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