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2주 앞두고…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꿈틀'

입력 2020-03-31 17:23   수정 2020-04-01 01:48

4·15 총선을 2주 앞두고 지역구 곳곳에서 후보 단일화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보수 야권 중심으로 단일화 경선이 빠르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여권도 핵심 지역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단일화 바람’이 총선의 판세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 단일화 ‘꿈틀’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김용태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요식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 합의했다. 인천 서구을에서도 통합당 공천을 받은 박종진 후보와 이행숙 무소속 후보가 경선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강 후보와 이 후보는 모두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당협위원장 출신으로 통합당 공천 심사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두 지역은 보수 야권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천 서구을 신동근 후보)이나 전략공천 후보(구로을 윤건영 후보)를 상대해야 하는 곳이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영등포을도 박용찬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정현 의원의 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당진에선 김동완 통합당 후보와 정성재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가 논의되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나섰던 이진훈 후보는 이날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성갑은 현역인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주호영 통합당 후보가 맞붙은 곳이다. 이 후보가 출마 뜻을 접으면서 주 후보가 보수 야권의 단일 후보로 정리됐다. 대구 북구을에서도 주성영 무소속 후보가 사퇴했다.

통합당 “떨어지면 책임 물을 것”

당장은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 위주로 보수 야권의 선제적인 단일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통합당이 현역으로 있는 곳에서도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텃밭’이라고 여겨졌던 지역구라고 해도 ‘표 나눠 먹기’ 현상이 일어날 경우 여권에 의석을 넘겨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중진 의원들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면서 통합당 내부에선 ‘표심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을의 경우 현재 민주당으로 출마한 남영희 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상수 통합당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판세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통합당 지도부는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영구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핵심 지역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다. 박형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무소속 후보로 인해 당 후보가 떨어지면 그 무소속 후보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여권도 민주-정의 단일화 추진

여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 간 단일화가 거론된다.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이 405표 차로 이긴 경남 창원성산에서는 여 의원과 이흥석 민주당 의원 간 단일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창원처럼 노동자 후보 간에 경쟁하는 곳에서 단일화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인천 연수을에서는 정일영 민주당 후보와 이정미 정의당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이 양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은 장경태 민주당 후보와 민병두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 민주당에서 공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 후보는 “만약 1위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몰아줄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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