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윗이란 이름 석자를 기억하지 못더라도 "저 배우, 처음 봤어"라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배우 이다윗은 2003년 KBS 2TV '무인시대'로 데뷔, 올해로 연기 경력 18년차다. 이다윗이 1994년생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인생의 3분의 2를 연기를 하며 보낸 셈이다.
그만큼 필모그라피는 탄탄하다. 영화 '고지전', '터 테러 라이브', '순정', '스윙키즈', '사바하'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tvN '싸우자 귀신아', OCN '구해줘'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이태원 클라쓰' 출연도 KBS 2TV '후아유:학교2015'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김성윤 PD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태원 클라쓰'에서도 이다윗은 이호진 역을 맡으며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성적은 전교 1등이지만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이호진은 모두가 권력에 굴복해 장근원(안보현)의 폭력을 무시할 때 앞에 나서준 박새로이(박서준)를 위해 그의 복수를 돕는다. 박새로이가 장근원과 거대 기업 장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꿈을 실현시키는 인물이다.
'이태원 클라쓰'를 끝난 후 만난 이다윗은 "이렇게 똑똑한 캐릭터는 처음 연기해서 스스로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주변에서 관심도 가져주고, 반응도 좋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 우연처럼 다가온 '이태원 클라쓰'와 만남
'이태원 클라쓰'는 반사전제작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9월에 시작해 7개월 동안 이호진으로 살아왔던 이다윗이지만 "처음엔 제가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김성윤 감독님께서 '미팅을 하자'고 하시기에 부랴부랴 원작 웹툰을 봤어요. 솔직히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감도 안왔어요. 제 이미지에 맞는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누구일 거 같냐'고 하셨는데 답을 못했어요.(웃음) 호진 역을 해보라고 하셨는데, 19세부터 서른 중반까지 연령이 올라가고, 박서준 형(1988년생)과 친구로 나오는데 가능할지, 흐름이 깨지진 않을지 걱정됐어요. 감독님이 '넌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해주셔서 도전할 수 있었어요."
◆ 이다윗에서 이호진으로…
이호진은 학창시절엔 학교폭력 피해자였지만, 빼어난 두뇌로 투자 전문가가 되는 인물. 박새로이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을 장가 인수할 만큼의 거대 자본으로 만든 것도 이호진이었다. "넥타이는 교복 외엔 해본적이 없었다"는 이다윗은 체중도 감량하고, 수트에 안경까지 착용하며 완벽하게 금융맨으로 변신했다.
외관 뿐 아니라 웹툰을 원작으로 해 다소 작위적인 말투와 대사를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도 이다윗이 감당해야할 부담감이었다. 엔딩에서 통쾌함을 안긴 "용서해줄께", "징징대지마" 등의 대사도 이다윗의 고민 끝에 명장면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많은 연기자들이 실제의 경험, 자신의 성격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창조하지만, 이다윗은 자신의 학창시절은 이호진과 달랐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친구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전 평범하고, 겸손했다"고 웃으면서 학상시절을 떠올렸다.
"'쟤가 연기하는 아이구나'라는 관심은 있었어요. 그래도 무난무난하게 친구들과 보냈던 거 같아요. '너 이번엔 몇 초 나오냐', '이번엔 얼마 받냐' 이런 농담도 하고요. 전 '난 시급이다' 이렇게 답하곤 했죠.(웃음)"
'투자 천재' 이호진과 달리 "주식도, 투자도 관심이 없다"고도 털어 놓았다. 힙합을 좋아해 "연기를 하지 않을 땐 비트 만드는 법을 배워왔다"고.
"요즘 주가가 요동치다보니 댓글로 '호진아, **사야한다' 이런 말들도 해주시는데, 몇 년 전에 주식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사서 공부하다가 포기했어요. 너무 어렵더라고요. '아, 이건 나랑 안맞아', '거리가 머네'하고 결론 지었죠."
'이태원 클라쓰'와 이다윗을 잇는 유일한 공통점은 이태원이었다. 비록 이호진은 이태원에서 거의 촬영하지 않았지만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김민석 형과 4년째 자취 중"이라며 "슬리퍼 신고 편의점에 가다가 촬영하는 걸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형과는 '학교2015'에 함께 출연하며 친해졌는데, 성격이 정말 잘 맞아서 같이 살게됐어요. 각자 활동을 하니까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면서도 싼 집을 찼다가 이태원에 정착하게 됐어요. 소소하게 포차가기도 좋고, 이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서 만족감도 높아요. 단점은 경리단길을 벗어난 지역은 전혀 몰라요. 해방촌도요.(웃음) '이태원 클라쓰' 촬영장이었던 카페도 유명한 곳이라는데, 이전에 가본적은 없어요."
◆ "왜 연기를 하냐고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연기를 시작했다.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의 의지가 크다. "가장 재밌고 자극적인 일"이기 때문.
대학에서는 연출을 전공하고, 시나리오도 썼다. 광고 촬영장에서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악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결국 연기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스트레스도 있었다. 연기 자체보다는 "나는 왜 이렇게까지 표현해내지 못할까"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들 때 "답답함도 느낀다"고. 그럼에도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은 넘쳤다.
"영화 '시'를 찍을 때 이창동 감독님이 '넌 서른살 넘어서 대성할거야. 10대, 20대 때 최대한 많이 경험을 쌓아'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인생 계획을 짤 때 막연하게 '서른부터 시작이구나' 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아직 서른이 되진 안았지만, 그 시기를 지날 때까지 계속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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