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의 태동은 1969년 12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초 지방은행 설치를 검토한다는 정부 발표 후 전북 지역 기업인들이 중심이 돼 ‘도민 1인 1주 갖기 운동’을 벌여 설립됐다. 설립 당시 자본금은 2억원이었다.
전북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창립 100일 만에 총 예금 규모는 10억원을 넘어서고 총 대출금은 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지역의 큰 기대 속에 창립 3년이 되는 1972년 영업점 수는 10곳으로 늘었고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이듬해 전북 내 은행 예수금 점유율이 30.7%까지 오르며 명실상부한 전북 지역 향토은행으로 성장했다.
성장통도 따랐다. 1970년대 대규모 여신 부실사태가 벌어지며 은행장 교체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7년 한보그룹 등 12개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외환위기가 터지자 전북은행에도 큰 위기가 찾아왔다. 구조조정 압박에 인력 감축과 본부 축소 등 몸집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잇따라 일어난 지방은행 퇴출과 합병 없이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전북은행은 외환위기에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지방은행 중 하나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전북은행은 더욱 성장했다. 전북은행은 2011년 자산 1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를 발판 삼아 2013년 JB금융지주를 설립했다.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 광주은행을 잇따라 인수했다. 광주은행 인수와 함께 전북을 넘어 호남 전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지주로 발돋움했다.
몸집을 키워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중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며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북은행은 2016년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했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캄보디아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프놈펜상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하며 인수 후 처음으로 100억원을 돌파했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이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50주년 기념 슬로건처럼 ‘도민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비상’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0주년 기념식에서 임용택 은행장은 “우리만의 블루오션을 위해 원칙에 충실하며 매 순간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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