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한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 대표(사진)는 6일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내년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정보기술(IT)기업 에스티큐브가 2013년 미국에 설립한 바이오 자회사다. 유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생화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를 지내고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했다.
암세포에 방사선 쏴 새 면역관문 발견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의 주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STT-003 항체는 유 대표가 2015년 발견한 새로운 면역관문 물질인 STT-003을 억제한다. 그는 “NCI에 재직할 때 인연을 맺은 스티븐 린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STT-003을 발견했다”며 “린 교수가 방사선 종양학 전문가라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암세포에 방사선을 쬐면 암이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방어 수단을 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유 대표는 “방사선은 생명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스트레스 중 하나”라며 “스트레스를 받은 암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고 했다. 그렇게 발견한 새로운 면역관문 물질이 STT-003이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대표적인 면역관문으로는 PD-1, PD-L1, CTLA-4 등이 있다. 1987년 발견된 CTLA-4의 경우 연구진이 T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된 분자인 CD28과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을 T세포 표면에서 일일이 비교해 찾았다. PD-1도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가 세포 사멸과 무관한 단백질을 하나씩 소거한 끝에 찾은 단백질이다. 그는 PD-1 연구 공로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기존 면역항암제 안 듣는 환자 효과”
키트루다, 옵디보 등 널리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한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위장하려고 활용하는 면역관문의 가면을 벗겨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PD-1, PD-L1 항체치료제가 듣는 암 환자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STT-003이 PD-L1이 나타나지 않는 암세포에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D-L1 항체치료제가 듣지 않은 환자에게 STT-003 항체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다양한 종양 모델에 STT-003 항체를 단독 투여해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며 “PD-1, PD-L1 항체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커지는 것도 관찰했다”고 말했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안 듣는 환자의 20~30%에서 단독 또는 병용 요법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상세포에서는 STT-003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STT-003 항체의 임상을 맡은 데이비드 홍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는 임상 1상의 권위자다. 1년에 30~40개의 임상 1상을 담당한다. 이번 임상의 자문위원으로 MD앤더슨 암센터, 예일대 암센터 등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기존 면역항암제로 큰 효과가 없는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 효능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머크의 키트루다처럼 임상 1상을 마친 뒤 혁신신약 치료제로 지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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