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한 "새 면역항암제로 전립선암·대장암 정복"

입력 2020-04-06 17:03   수정 2020-04-07 00:54

“세계적인 임상 1상 권위자가 흔쾌히 임상 연구를 맡아주겠다고 했을 만큼 개발 중인 새로운 면역항암제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유승한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 대표(사진)는 6일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내년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정보기술(IT)기업 에스티큐브가 2013년 미국에 설립한 바이오 자회사다. 유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생화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타운대 의대 교수를 지내고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에서 신약 개발을 담당했다.

암세포에 방사선 쏴 새 면역관문 발견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의 주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STT-003 항체는 유 대표가 2015년 발견한 새로운 면역관문 물질인 STT-003을 억제한다. 그는 “NCI에 재직할 때 인연을 맺은 스티븐 린 MD앤더슨 암센터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STT-003을 발견했다”며 “린 교수가 방사선 종양학 전문가라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암세포에 방사선을 쬐면 암이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방어 수단을 쓸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유 대표는 “방사선은 생명체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스트레스 중 하나”라며 “스트레스를 받은 암세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고 했다. 그렇게 발견한 새로운 면역관문 물질이 STT-003이다.

면역관문은 면역세포(T세포)가 암세포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단백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대표적인 면역관문으로는 PD-1, PD-L1, CTLA-4 등이 있다. 1987년 발견된 CTLA-4의 경우 연구진이 T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된 분자인 CD28과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을 T세포 표면에서 일일이 비교해 찾았다. PD-1도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교수가 세포 사멸과 무관한 단백질을 하나씩 소거한 끝에 찾은 단백질이다. 그는 PD-1 연구 공로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기존 면역항암제 안 듣는 환자 효과”

키트루다, 옵디보 등 널리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이 제 기능을 못하게 한다.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위장하려고 활용하는 면역관문의 가면을 벗겨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PD-1, PD-L1 항체치료제가 듣는 암 환자는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STT-003이 PD-L1이 나타나지 않는 암세포에 많이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D-L1 항체치료제가 듣지 않은 환자에게 STT-003 항체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다양한 종양 모델에 STT-003 항체를 단독 투여해 항암 효과를 확인했다”며 “PD-1, PD-L1 항체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커지는 것도 관찰했다”고 말했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안 듣는 환자의 20~30%에서 단독 또는 병용 요법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안전성도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상세포에서는 STT-003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STT-003 항체의 임상을 맡은 데이비드 홍 MD앤더슨 암센터 교수는 임상 1상의 권위자다. 1년에 30~40개의 임상 1상을 담당한다. 이번 임상의 자문위원으로 MD앤더슨 암센터, 예일대 암센터 등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기존 면역항암제로 큰 효과가 없는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 효능이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스티큐브 파마슈티컬스는 머크의 키트루다처럼 임상 1상을 마친 뒤 혁신신약 치료제로 지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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