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털기] 한국차 '퀀텀 점프'…제네시스 G80, 2만대 팔릴만 했다

입력 2020-04-01 13:59   수정 2020-04-01 14:01


제네시스의 준대형 세단 3세대 G80가 지난달 30일 출시됐다. G80는 온라인에서 출시 행사를 열었는데, 당일에만 2만2000대가 계약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소비자들이 시간을 두고 실제 차량의 디자인이나 성능을 따지는 대신 주문부터 넣은 셈이다.

지난 31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시승식을 통해 만나본 신형 G80는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약진)'라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국산차의 수준을 높여놓은 모델이었다. 3세대 G80의 전장·전폭·전고는 4995·1925·1465mm이며 전고를 15mm 낮추고 전폭은 35mm 넓혀 무게중심이 아래로 가도록 했다. 초고강도 강판 등을 사용해 차량 무게를 125kg 줄이면서 민첩성과 안전성도 동시에 갖췄다.

G80의 시작 가격은 5247만원부터 이지만, 이날 시승한 차량은 약 8200만원에 달하는 3.5 가솔린 터보 AWD 풀옵션 모델이었다. 가장 먼저 G80 전면부 크레스트 그릴에서 쿼드램프로 이어지는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는 제네시스 로고를 형상화한 것인데 과하거나 부담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측면에는 전면부와 후면부 쿼드램프를 이어주는 장식물이 부착되어 있었다. 쿠페처럼 매끄럽게 내려오는 지붕은 웅장하지만 따분하고 지루하지는 않은 디자인을 만들었다.


G80 뒷좌석에 먼저 앉아봤다. 프라임 나파 가죽 시트는 고급 소파에 앉은 듯 편안하게 몸을 감싸왔다. 온도와 음악 등도 독립적인 조작이 가능했고 디스플레이도 마련되어 있었다. 시승을 하는 대신 그대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욕구마저 올라왔다.

아쉬움을 남기며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평선을 강조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이 느껴졌다. 핸들은 여러 버튼이 있었지만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 거슬리지 않았고 다이얼식 기어노브를 채택한 덕에 여유로운 공간 확보가 가능했다. A필러(전면유리와 측면 창문 사이의 차체) 작은 창이 추가된 탓인지 일반 세단보다 더 여유롭고 탁 트인 시야가 갖춰졌다.

시동을 걸자 G80가 매끄럽게 출발했다. 배기량이 3470cc에 달함에도 진동과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신형 G80에는 엔진의 진동을 상쇄하는 기능이 탑재됐고 공명음 저감 휠을 사용했다. 모든 문에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풍절음도 억제됐다. 차로유지보조 버튼을 누르자 고속도로를 향해 30km/h 남짓의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도 G80는 차선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조향을 도왔다.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 모드를 번갈아가며 주행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트가 조여지고 배기음이 다소 커지며 가속페달을 밟는대로 속도를 높여갔다. 다만 실제 속도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어 운전자가 감각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다소 천천히 높아졌다.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 에코 모드에서는 차량의 반응성이 줄어드는 대신 rpm(엔진의 분당 회전 수)이 낮게 유지되며 한층 더 정숙해졌다.

G80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더욱 똑똑해진 반자율주행 기능이다. 신형 G80는 △고속도로주행보조 II(HDA II) △운전 스타일 연동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프리액티브세이프티시트 △다중충돌방지자동제동시스템 등 다양한 지능형 주행 보조 기술을 갖췄다. 국도에서 G80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의 실수를 막아주는 보조 역할이었지만, 고속도로에 오르자 운전자를 대신할 정도의 성능을 보였다.


핸들의 버튼으로 손쉽게 설정을 마치자 G80는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설정 속도 이내로 달렸다. 옆 차로에서 차가 끼어들면 부드럽게 속도를 줄였고 선회구간에서도 차선을 놓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옆 차로 차량이 접근할 경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서 주의 표시가 나와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다만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급선회 구간에서는 차선 인식이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도에서도 앞 차가 멈출 경우 따라서 멈춘 뒤 가속 페달을 살짝 눌러주면 다시 출발하는 등 만족스러운 기술 수준을 보였지만, 도로 포장이 벗겨지거나 차선이 이중으로 그어진 경우에는 차선 인식이 풀렸다가 켜지기를 반복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 국도 정체구간 등에서 편리하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적 수단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날 총 93.2km의 시승을 마친 뒤 연비는 8.6km/L를 기록했다. 시승 막바지에 연비가 9.1km/L까지 높아졌지만, 우면산에서 양재 사이 정체구간을 지나며 빠르게 낮아졌다. 해당 모델의 공인 연비는 8.4km/L다. 혹여 두 자릿수 연비를 원한다면 2.5 가솔린 또는 2.2 디젤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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