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지원금' 美는 신속, 韓은 지지부진

입력 2020-04-02 17:17   수정 2020-04-03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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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가구의 70%가 지급 대상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 산으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방침만 정해놓고 대상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며칠째 회의만 하고 있다. 실제 지급도 빨라야 6월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명칭과는 달리 ‘전혀 긴급하지 않은 지원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지원금은 미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지원금 정책과 비교해 보면 문제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지급 대상 기준을 소득 하나로만 정했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으로 여기는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제외했다. ‘연소득 9만9000달러’ 기준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지원금은 성인 1200달러, 아동 500달러다. 단순 명쾌하다.

한국은 처음엔 ‘소득 하위 70% 가구’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정 협의 과정에서 ‘자산’까지 포함했다. 정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도 정교하게 골라낼 방법이 없다. 여기에 자산까지 들어가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자산도 부동산 금융 등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3일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이 기준을 토대로 실제 대상을 골라내는 데 두 달이 걸릴지, 석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미국이 도입 발표 후 3주 만에 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지원금을 어떻게 주는지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은 너무나 다르다. 미국은 사실상 현금인 가계수표로 지급한다. 어디서든 쓸 수 있다. 시장에서 쓰든, 세금을 내든, 대출이자를 내든 소비자 마음이다. 한국은 용처가 한정돼 있는 전자화폐·지역상품권으로 준다. 이는 온라인에선 대부분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지역 전통시장 등에서 우선 쓰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소비자 편의와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다. 더불어 시장에 가서 쓰라고 하는 것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와 상충되고, 지역상품권이 ‘깡’ 등으로 부정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코로나지원금 제도가 ‘문제투성이’가 된 것은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의회에 제안한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큰 변경 없이 8일 만에 통과시켰다. 반면 한국 여당은 △자산 부자에게 지원금이 돌아가서는 안 되고 △지역 표를 얻기 위해 지원금 대부분을 지역에서만 쓸 수 있게 하며 △총선 전 최대한 빨리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밀어붙였다.

이런 정황은 지난달 29일 최종 발표를 앞두고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잘 드러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위 50%에 100만원, 50∼70%에는 50만원으로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했지만 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히자 “기록으로라도 남기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 문건에는 홍 부총리의 반대 주장이 ‘부대 의견’ 형태로 담겼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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