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1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해 "호기심 등에 의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황 대표가 중대한 성범죄를 단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n번방 가입자들 중 범죄를 용인하고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도 "관련자에 대해서는 개별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전체적으로 오래 방에서 들락날락했거나 구체적으로 들락날락(한 부분이) 확인되는 사람들은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호기심에 의해 n번방에 들어간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성범죄를 단순 호기심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상황을 중대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초대를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료방은 최대 200만원을 가상화폐로 지불해야 가입이 가능한 복잡한 구조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안의 심각성이라든지, 그 사람들이 단순한 가입자라 하더라도 이 이후에 어떠한 문제들이 생겨날지에 대해 이미 국민들은 많이 우려하고 공분을 하고 있다"면서 "이것을 호기심이라고 하는 것은 소위 가해자들에게 보이는 온정주의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복주 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황 대표의 개인 호기심 문제라는 발언은 문제를 축소화시키고 개인화시키는 발언"이라며 "n번방 사태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황 대표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 전담 국선변호인인 신진희 변호사는 "황 대표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텔레그램에 대한 시스템을 모르고 한 발언으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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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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