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와 사생활 해킹 우려가 커지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붙이는 '웹캠 가리개(커버)'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웹캠 커버는 옥션 쿠팡 위메프 등 온라인 오픈마켓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웹캠을 검색하면 위메프와 쿠팡에서 각각 1320여개, 2290여개가 나올 만큼 최근 판매가 늘었다. '노트북 스티커' '카메라 가리개' '웹캠 스티커' 등으로도 불린다.
웹캠 가리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리는 용도로 제작됐다. 카메라를 쓸 때는 커버를 옆으로 밀고 사용 후 커버를 닫는 슬라이드 방식이다. 가격은 1000~4000원선이다.
업체들은 "비싼 백신 프로그램을 사는 것보다 보안용 웹캠 커버를 부착하는 게 해킹 등 사생활 침해 방지, 개인정보 보호에 유용하다"고 소개했다.
웹캠 가리개가 이처럼 많이 팔리는 것은 카메라를 이용한 해킹 범죄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만 IP카메라 1800여대를 해킹하거나 웹캠 약 150대에 무단 접속해 사생활을 훔쳐봐 적발된 사례가 잇따랐다.
텔레그램으로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이 2017년 IP 카메라 해킹으로 여성의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유포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노트북 웹캠과 스마트폰 카메라는 IP 카메라보다 해킹 위험이 낮다고 알려졌으나 이용자들 불안감은 여전하다. 오픈마켓에서 웹캠 커버를 구입한 A씨는 "프라이버시 해킹 문제가 신경 쓰여 종이나 테이프로 웹캠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노트북 웹캠에 테이프를 붙인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적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6년 6월 인스타그램 월 사용자 5억명 돌파를 기념해 페이스북 사무실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렸는데, 옆에 놓인 노트북 웹캠과 마이크가 테이프로 가려져 있었다. 저커버그가 앞서 트위터 계정 등을 해킹당한 전력이 있어 보안에 신경쓰는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웹캠 가리개 수요는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급 학교가 이달부터 온라인 개학에 순차 돌입하는 것도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과 PC 이용 시간이 급증한다. 해킹 등 사생활 침해 우려도 따라 커질 것"이라며 "불안한 이용자들이 웹캠 커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해킹 범죄가 더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어 보안 관련 용품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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