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여행 수요가 돌아올 때까지 국내 항공산업이 버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사는 자본금에 비해 외형이 큰 산업이다. 이런 경영 방식은 호황일 때는 레버리지(차입) 효과를 누리지만 불황기엔 자금난을 겪는다. 지금 항공업계는 불황을 넘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렸으니 자금난은 더 클 것이다.
세계 최대 항공 컨설팅 연구소 CAPA는 5월 말까지 각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대부분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국적 항공사들도 정부의 금융 지원이 없으면 이번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항공산업을 위해 여러 지원책을 제시했으나 가장 중요한 지원책이 빠져 있다. 갑작스런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금융회사에서 신용대출도 받기 어려운 국내 항공사에 정부가 보증을 서서 금융회사 대출을 받거나 채권 발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지금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은 등급을 보유한 회사나, 차환발행에 대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등급이 없고, 회사채·기업어음 발행 이력이 없는 저비용항공사(LCC)에는 사모사채 발행 또는 시중은행 대출이 되도록 정부보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 준다면 항공사들은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어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다른 나라 정부도 자국 항공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항공사 사장들과 직접 통화한 다음에 500억달러의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프랑스, 호주, 인도 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유럽 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꼭 필요하지 않으며, 긴급한 경우 이웃 나라 항공사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국적기가 없어졌을 때 긴급한 상황에서 이웃 나라 항공사들을 동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처럼 해외에 고립된 우리 국민을 위해 적자를 보면서 전세기를 띄워줄 외국 항공사는 없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적기를 가졌을 때의 고용효과, 관광산업 지원효과, 화물 운송효과를 생각한다면 국적기는 꼭 있어야 한다. 정부가 국적기 생존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정부는 국내 항공산업에서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항공산업의 대량해고 사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을 살리기 위해 항공산업 인수합병을 지원했다. 미국 대형 항공사가 7개에서 4개로 줄었지만 부실 항공사의 시설과 인력이 다른 회사에 흡수돼 대규모 실업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미국 경제학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실질 항공요금은 되레 7% 하락했고 서비스 질은 10% 향상됐다고 한다. 한국 정부도 항공사의 인수합병을 잘 지원하면 일자리와 소비자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좌면우고하다 시간을 놓치면 항공사들이 도산할 수밖에 없다. 질병관리는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좀 더 일찍 움직이고 대비한 국가는 대규모 감염을 막았다. 괜찮을 것이라고 몇 주를 지체한 국가는 훨씬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항공사에 대한 지원도 시간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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