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항공·호텔 일자리, 뿌리째 흔들린다

입력 2020-04-02 14:54   수정 2020-04-02 14:56



하늘길이 끊겨 고사위기에 처한 항공·호텔업계에서 구조조정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 등이 급감하면서 항공과 호텔업계에서 '셧다운(일시정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이스타항공, 결국 40% 정리해고…구조조정 우려 현실로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후 첫 희망퇴직 사례가 나왔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3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1683명인 직원을 930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2차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가 구조조정 목표치 750여명에 미달할 경우 정리해고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달 중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통보하고, 다음달 31일에는 정리해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사는 희망퇴직 기준과 보상 범위를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직원들에게 월급 지불이 밀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퇴직하더라도 위로금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저비용항공사(LCC) 사정에 비춰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사례는 다른 항공사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태로 접어들면서 하늘길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유·무급휴직 확대 등 자구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타개책이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연이은 휴직 속 이스타항공 소식이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대형항공사(FSC)들도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절반 이상의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이달부터 절반 미만의 인력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 호텔업계, 잇따른 임시휴업…기업회생절차 소식도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호텔업계도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줄줄이 휴업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기업 소식도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호텔이 급격히 늘어난 서울 명동과 동대문 등 지역 중소 호텔은 바겐세일 끝에 줄줄이 임시휴업에 나섰다. 서울 크라운파크호텔 명동점, 스타즈호텔 명동1·2호점, 동대문 라마다호텔 등이 최근 임시 영업 중단 상태다. 휴업에 들어간 호텔 중 상당수가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성급 호텔들도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이달까지 한 달간 휴업을 결정한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에 이어 파크 하얏트 서울이 6월 8일까지 두 달간 휴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에 문을 닫는 호텔도 지뢰처럼 나오고 있다. 이날도 롯데시티호텔 김포공항점이 확진자 방문 사유로 3일 오전까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호텔업계에서는 직원 휴직 등 긴축 경영과 함께 고용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전체 임직원의 22%인 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앞서 3월부터 임원 기본급 20%와 총지배인, 팀장 등 직책수당을 3개월간 반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추가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롯데호텔도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아 3월부터 4월까지 '힐링휴가'란 이름으로 총 7일간 쉴수 있도록 조치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6일 특별고용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자 롯데호텔, 파라다이스시티 등이 참여한 상태다.

경영 악화가 심화된 끝에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도 나왔다.

호텔·리조트 운영 전문업체인 에이치티씨(HTC)는 지난달 2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아벤트리, 까사빌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치티씨는 2018년 209억원의 매출을 거둔 바 있다.

앞서 숙박 예약사이트 '호텔엔조이' 운영사인 메이트아이도 지난 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기업회생절차는 부채가 과도해 파산 위기에 몰린 기업에 법원의 관리 아래 재기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법원이 해당기업의 회생가치가 청산가지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10% 미만 수준으로 '개점 휴업' 상태라고 봐야 한다"며 "사태 정상화에 대한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업계의 고용과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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