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지 않아도 되는 엘리베이터,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되는 안면인식 프로그램, 여러 사람이 만지는 메뉴판을 대신할 센서식 테이블 메뉴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물품이 기피대상으로 떠오르자 일본 기업들이 손으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터치리스(touchless)' 제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비접촉식 제품의 핵심부품인 센서 기술을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도쿄 미나토구 NEC 본사 지하1층의 임직원 전용 출입구 앞에는 '마스크OK'라는 입간판이 붙었다. 보안출입구에 자체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하면서 마스크나 선글래스, 모자를 벗지 않아도 본인인증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얼굴 일부를 가려도 본인인증이 가능한 이 기술은 센서가 노출 부위를 추출해 전체 얼굴과 유사한 정도를 수치화하면 인공지능(AI)이 신원을 가려내는 기술이다. AI가 심층학습을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축적할 수록 정확도도 올라간다. NEC는 인식 정확도를 한층 높인 제품을 반 년 이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엘리베이터 제조기업인 후지테크는 이달부터 손바닥으로 가고 싶은 층의 버튼을 가리기만 해도 적외선 센서가 인식하는 제품을 추가했다. 위생관리가 엄격한 의료기관과 제약공장용으로 개발한 제품이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판로를 일반 오피스빌딩까지 확대했다.
도시바의 자회사인 도시바테크는 테이블 위에 떠오르는 메뉴를 손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용 테이블을 개발하고 있다. 원래는 식당에서 사용하는 종이나 태블릿단말기 메뉴판을 없애 테이블을 넓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한 제품이지만 여러사람이 만지는 메뉴판을 꺼려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해 마케팅 포인트를 바꿨다.
일본기업이 비접촉식 제품 개발에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센서기술이다.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전세계 센서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소니는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 시장의 절반을 확보하고 있다. CMO는 빛을 전자신호로 바꿔 영상화하는 센서다. NEC는 안면인식 정밀도 평가에서 2019년까지 5회 연속 세계 1위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장악한 메모리반도체 시장과 달리 비접촉센서로 대표되는 아날로그반도체는 개별적인 기술특허가 필요해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도 유망한 제품이어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가 수습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감염증 방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전망이어서 터치리스 기술은 전자업계의 새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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