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전략 차종 잇따라 내놨지만 출고 적체 걱정
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공급망 문제 대응 차원에서 해외 공장을 줄줄이 가동 중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공장 중단이 가장 뼈아프다.
현대차는 국내에서의 생산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총 12개 글로벌 생산기지 가운데 판매량이 저조한 중국을 제외한 모든 공장이 생산을 멈췄거나 멈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체코, 러시아, 브라질, 터키, 인도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
기아차는 미국, 슬로바키아, 인도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멕시코 공장이 6일부터 일주일간 공장을 돌리지 않기로 해 5개 중 4개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코로나19가 퍼지는 기간동안 현대차와 기아차는 그룹의 중요한 전략 차종을 잇따라 내놨다"며 "평소였다면 대대적인 행사로 신차 효과를 극대화했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고 아쉬움을 드러냤다.
이어 "GV80, G80, 쏘렌토, 아반떼 등 굵직한 차량들이 출시가 계속됐다"며 "더 큰 문제는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출고 적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차종들의 인수 기간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불만도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자·배터리도 비상
삼성전자는 각각 스마트폰과 가전을 생산하는 인도 노이나주와 첸나이 공장을 주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중단한다.
또 브라질에서는 2개 생산공장을 모두 닫았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캄피나스 공장은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가동 중단하고, 스마트폰·TV를 생산하는 마나우스 공장도 중단 기한을 12일까지로 연장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 공장을 6일부터 19일까지 셧다운 할 예정이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공장은 1일까지 가동을 중단했고 러시아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LG전자도 인도 노이다 가전 공장과 푸네 TV 공장이 지난달 25일부터 14일까지 문을 닫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을 지난달 30일부터, 디트로이트 주 자동차부품 공장을 지난달 20일부터 셧다운 했다. 브라질 마나우스와 러시아 루자 소재 공장 역시 지난달 말부터 가동 중단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지난주 처음으로 셧다운 사례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주가 3주간 자택 대기 명령을 내리면서 LG화학의 배터리 셀 공장, 삼성SDI의 배터리 팩 공장이 지난달 25일부터 3주 기한으로 가동 중단했다.
한화솔루션은 현대기아차 들어가는 자동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부문 체코,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의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 포스코·현대제철 공장 부분 혹은 전체 가동 중단
포스코는 이탈리아, 인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소재 가공센터가 줄줄이 멈춰 섰다. 이탈리아 북동부 베로나 인근의 가공센터인 포스코-ITPC는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가동을 멈춘다. 포스코 ITPC는 연간 4만t의 스테인리스를 가공하는 공장이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에 있는 가공센터 포스코-MKPC와 필리핀 타나우안에 있는 가공센터인 포스코-PMPC 역시 14일까지 가동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가동 중지일은 원래 각각 17일과 18일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기한이 연장됐다.
인도 주 정부의 긴급 셧다운 행정명령으로 멈췄던 인도의 델리 가공센터와 푸네 가공센터는 지난달 31일에서 14일로 가동 중지 기간이 길어졌다.
현대제철은 9개국 가공센터 중 중국을 제외한 지역은 부분 또는 전부 가동을 멈췄다. 미국, 체코, 슬로바키아는 부분 가동 중이며 러시아, 터키, 브라질, 멕시코, 인도는 가동을 멈췄다.
◆ "해외 진출한 우리 기업 장기화 대비해야"
대기업 공장들의 셧다운 사태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90%가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호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조업계의 연쇄 셧다운이 현실화되자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생산시설에 대한 가동을 중단하면서 현지 생산과 부품조달 차질은 물론 수출 부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유럽한국기업연합회 소속 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유럽 한국기업 코로나19 피해 현황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기업은 41개(51%), '다소 심각하다'는 기업은 31개(39%)로 유럽 진출 기업의 90%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박연우 브뤼셀지부장은 "유럽 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시회·상담회 금지, 외출 금지 등 비즈니스 활동뿐 아니라 일상까지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기업 생산 활동에 타격이 크다"며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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