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갈래요" 잇따른 전세기 요청에…"통제 어렵다" 반대 목소리

입력 2020-04-04 07:00   수정 2020-04-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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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되며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과 유학생들의 전세기 투입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 출국과 입국을 제한하기 위해 비행기 운항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정부가 이탈리아와 이란 등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국가에 전세기를 투입하면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외 교민을 받을 여건이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살려주세요"...청와대 국민청원에 '전세기 요청' 봇물

지난달 30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 파라과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 각국에 전세기를 보내달라는 청원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해외 파견을 갔다가 발이 묶인 사람들부터 유학생, 교민까지 다양하다.

한 청원인은 "UAE에서 모든 비행기편이 취소돼 하늘길이 막혔고, 공항이 폐쇄되고 이동이 어려워 공항에서 수일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며 "공무원들과 기업의 해외 주재원, 출장을 온 이들 등이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전세기를 투입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에 전세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또 다른 청원인은 "지난 2월에 인도로 출장을 떠난 남편이 호텔에 발이 묶였다"며 "인도 정부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의 이동을 금지하는 봉쇄령(lockdown)을 전국에 내렸는데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세기 투입 요청 글이 쏟아진 것은 정부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탈리아에서 현지 교민 등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낸다는 내용이 알려진 이후다. 지난 1일 이탈리아 1차 전세기로 현지 교민과 체류자 309명이 귀국했고, 2일 212명을 태운 2차 전세기가 한국에 도착했다. 운임은 승객들이 부담했다.

앞서 정부는 중국 우한과 일본 크루즈선 탑승객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전세기와 대통령 전용기를 투입했고, 비행기편이 끊긴 이란과 페루에도 전세기를 보내 교민과 여행객들을 데려왔다.


◆"수백명씩 입국하면 감염병 못 막아"

그러나 해외 교민들의 귀국을 반대하는 의견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최근 유학생 등 해외 입국자발(發) 코로나19 확진과 감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세기를 통해 수백 명이 연이어 국내로 들어온다면 감염병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3일 오전 0시 기준 해외유입 추정 확진자는 총 647명으로 전체 확진자(1만62명)의 6.43% 수준이다. 이렇게 해외유입 확진자가 늘어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길어지면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니라 세금을 내지 않은 교민들이 국내에 들어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치료비를 부담하게 하라"는 불만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환자 1인당 추정 진료비는 경증 환자의 경우 331만~478만원, 중등도 환자는 1196만원이다. 중증환자의 진료비는 인공호흡기 치료(220만원)와 체외순환기(에크모·1080만원) 사용 등을 감안하면 약 7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모두 세금으로 치료비용을 부담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31일 "자국민 입국금지 계획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자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가 없을 뿐더러 관련 법률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치료비용 지원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외국인에게 고가의 비용을 내게 하면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진단검사나 치료를 받지 않아 감염병이 지역사회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지원은 치료에 한정된다. 1일부터 한국에 오는 입국자는 2주간 의무적으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국적에 상관없이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주거지가 없어 격리시설을 이용하는 외국인은 하루 10만원 안팎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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