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15) 감시·추적이 일상이 된다

입력 2020-04-05 08:00   수정 2020-04-07 09:43

전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포스트 코로나' 칼럼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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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까.

9·11 테러 이후 불거졌던 사생활 감시 논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생활 감시가 테러 방지와 국가 안보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부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의 위치 정보를 대량 보유한 페이스북은 코로나19 현황 지도를 공유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 회사인 클리어뷰 AI는 확진자를 추적하고 접촉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 회사인 팔란티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함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코로나19의 종식을 앞당기고 시민들의 일상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의 이런 움직임은 향후 미국의 '디지털 사회 계약론'을 변화시킬 전망이다.

중국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 야외 활동 가능 여부를 알려주고 경찰과 확진자의 위치를 공유하는 앱이 있다. 이 앱은 과도하게 권위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많은 주요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고민하게 됐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위성 위치확인시스템(GPS), 와이파이 등에서 뽑아낸 위치 정보를 이용해 감염자와의 접촉을 경고하는 앱이 출시될 전망이다. 앱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지도도 공유될 예정이다. 이 앱의 개발자는 언제든지 영국 정부가 이 앱에 나온 정보를 삭제할 수 있으며 감염된 환자의 동선을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사람들은 이 웹사이트에서 확진자 이동 경로를 보고 누가 러브호텔에 갔는지, 불륜을 저질렀는지 추측하면서 확진자들의 사생활을 캐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개인의 신용 이력과 휴대폰 기반 위치 정보를 결합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감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면 미국인들은 어디까지 사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까. 애초에 기존의 데이터 이용 방식은 완벽하지 않다. 예컨대 수면 패턴과 심박수, 위치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피트니스 트래커의 정보는 이미 개인 상해 소송과 형사 사건, 이혼 소송에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 정보를 이용하려는 유혹이 커질 전망이다. 원격 심박 패턴 감지 기술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개인을 식별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유전자 정보는 사람들의 얼굴 특징을 예측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떤 데이터가 어디서, 누구에게, 얼마나 오래,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감독될 것인지 알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익명성을 유지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디지털 대응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원제=Health surveillance is here to stay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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