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약 개발 앞당길까…'나노입자 3차원 사진' 촬영 기술 나왔다

입력 2020-04-03 10:18   수정 2020-04-03 11:17

첨단 소재와 신약 개발의 원료인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를 3차원(3D)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박정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조교수)·김병효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연구원)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호주 모나쉬대와 함께 개별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0.02㎚)에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촉매, 디스플레이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고성능 나노소재를 설계·합성하기 위해선 나노입자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입자의 원자배열이 바뀌면 촉매 활성이 저하되거나, 디스플레이 색 순도가 바뀌는 등 물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나노입자는 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 때문에 구조와 물성이 제각각 달라지는 '비균질성'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연구팀 관계자는 "나노입자의 전체적 형상만 관찰할 수 있을 뿐, 표면과 내부의 원자 배열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액상투과전자현미경'을 동원했다. 이 현미경은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 입자 이미지를 초당 400장 촬영할 수 있다. 진공 상태에서 촬영해야만 하는 투과전자현미경(TEM)보다 진보한 기술이다. 또 투과전자현미경은 통상 액체 내 담긴 나노입자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고, 측정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액상투과전자현미경을 쓰려면 특수 제작된 '액체 셀'이 필요하다. 액체 셀은 극미량의 시료가 외부와 차단되도록 밀봉하는 역할을 한다. 전자 산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극미량의 액체 시료를 담을 수 있는 그래핀 기반 '액체 셀'을 제작했다. 두 그래핀 사이 백금 나노입자가 녹아있는 시료를 넣고, 반데르발스 힘(정전기적 상호작용으로 분자간 찰나에 생기는 힘)을 이용해 두 그래핀을 접착시켜 만들었다.


이어 액상투과전자현미경으로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입자 사진을 수 천장 확보했다. 이 2차원 이미지들을 3차원 전환 알고리즘을 사용해 나노입자 모양을 재구성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신소재를 개발하려면 인공지능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성을 예측하는 게 중요한데 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게 바로 3차원 원자 위치"라며 "동일한 조건에서 합성된 나노입자라도 원자 수준에서 구조는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촉매, 디스플레이, 연료전지 등의 기능 향상 뿐 아니라 단백질 구조 분석을 통한 신약 개발 등 생물 의학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는 연구성과"라고 덧붙였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3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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