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알트만’ 모델 유효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코스피200 종목 중 주가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한 기업(제약·바이오·금융 제외)은 총 20곳이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지수가 30% 이상 주저앉은 지난 2~3월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올랐거나, 낙폭이 지수 하락폭보다 작아 주가를 방어할 수 있었다. 이들 20개 종목은 대부분 재무 상태가 양호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증권가의 일부 전문가는 이번 하락장에서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1960년대 고전 모델인 ‘알트만 스코어’를 꺼내 들었다. 나온 지 50여 년 된 이 모델은 코로나19발(發) 미증유의 장세에서 다시 유효함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코스피200 기업에 이 분석법을 적용한 바에 따르면 재무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된 스코어 상위 30개 종목의 3월 평균 주가 하락률은 9.55%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이 11.69%인 것에 비하면 낙폭이 작았다. 특히 알트만 스코어 상위 30개 종목 중 7개의 주가는 지난달 하락장에서 오히려 상승했다. 코스피200 기업 중 주가가 오른 20곳 가운데 6개는 알트만 스코어 30위권에도 들었다.
알트만 스코어 상위 30위에는 엔씨소프트, 동서, 아모레퍼시픽, 넷마블, 오리온, 삼성전자 등이 포진했다. 이들은 부채비율 30% 안팎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부채 비율이 1 미만이어서 재무 상태가 매우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해당 업종에서 탄탄한 업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불안할 때는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 즉 재무와 영업이 모두 건강한 기업에 투자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알트만 스코어는 오래된 모델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주가가 방어될 만한 종목을 고르기엔 여전히 적합하다”고 말했다.
“경기방어주라고 다 같지 않다”
코로나19발 하락장에서 음식료 등 필수소비재가 대표적인 방어주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염병 우려가 커지면서 대형마트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음식료주가 웃은 것은 아니다.
경기방어주 역시 재무 건전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사태에서 주가 상승률이 눈에 띈 두 곳은 오리온과 농심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1% 넘게 떨어지는 동안 오리온은 21.95%, 농심은 9.28% 뛰었다. 3월 11~24일 음식료 업종이 평균 14.27% 급락할 때 이 두 종목의 낙폭은 1% 안팎에 그쳤다. 두 회사는 부채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심과 오리온은 각각 부채비율이 36.7%, 47.06%로 낮은 편에 속한다. 자산운용업계가 주목하는 EBITDA 대비 순부채 비율 역시 1에도 못 미친다.
재무지표뿐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 ‘짜파구리 효과’와 라면 사재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공장 가동률을 늘려야 할 정도로 매출이 증가했다. 오리온도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중국에서 과자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농심과 오리온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 9%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알트만 Z 스코어
에드워드 알트만 미국 뉴욕대 교수가 1968년 만든 지수. 운전자본·유보이익·영업이익·시가총액·매출 등 재무와 영업 측면을 모두 반영한 지수로 꼽힌다. 알트만 스코어가 1.81보다 작으면 파산 확률이 높고, 3.00을 웃돌면 안전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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