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3) 원격의료 시스템이 뜬다

입력 2020-04-04 08:00   수정 2020-04-07 09:40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걸 바꿔놓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물론 정치 경제 예술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생활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간 뒤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 이후’를 조망하는 명사 칼럼을 최근 게재했습니다.

WSJ와 독점 제휴를 맺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이 화제를 모았던 이 칼럼 17개를 소개합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포스트 코로나' 칼럼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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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오후 8시께 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임상 진료를 감독하는 워싱턴주 에버렛의 프로비던스 의료센터에서 미국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폭탄이 처음 터졌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미국인들의 건강 관리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내가 일하는 프로비던스 의료센터는 미 서부 7개주에 걸쳐 1200개 이상의 병상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하루에 1만1000여 명 규모로 진단 검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 실험도 진행 중이다.

확진자 발생 후 몇 주 동안 우리는 감염자 정보를 통해 얻은 지식을 공유해 왔다. 동료들과 원격 기술을 공유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인공지능(AI) 시스템은 환자가 가정에서 스스로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환자 스스로 몸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줬다.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발병과 심각성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론을 바꾸도록 했다. 초기 걸림돌로 작용했던 미 식품의약국(FDA) 규제들은 검사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완화됐다. 의료 전문가들이 주 면허와 관계없이 미국 전역에서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원격의료 시스템 역시 속속 도입됐다. 수 년간 시도해도 잘 안됐던 일들이 단 6주 만에 해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에 우리는 '클리닉 케어 2030'이란 전략을 수립했다. 2030년 말까지 개인화되고 값싼 치료 방식을 제공하겠다는 목표였다. 그 계획이 갑자기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어떠한 공공·민간 의료 시스템이라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원격의료 시스템인 '텔레-ICU' 센터는 환자를 관찰하고, 필요하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미 몬태나주 간호사가 워싱턴주 병원의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알려줄 수 있다.

'원격 의료진' 프로그램은 병원이 더 많은 의사를 긴급 호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 등록된 의사 수만 1만명이 넘는다. 의사를 멀리서 데리고 올 필요 없이 환자가 급증하는 지역에 전문적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그래야 심각한 환자가 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맥박 측정기와 디지털 온도계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보이는 환자를 가려낼 수 있다. 증상이 악화하면 신속한 추가 치료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500명 이상의 환자를 관찰했다. 이를 4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능력을 갖고 있다.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의학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갑작스러운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19 악몽이 끝난 뒤 전국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더 나은 건강 관리를 해줄 새로운 변화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원제=A new frontier for medical technology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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