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예는 지난 2월 발표된 '2020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의 최종 후보 30명에 김혜정, 이지용, 김계옥, 강석근, 박성열, 조성호 등 6명이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는 스페인의 로에베재단이 현대 장인정신의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아트와 디자인, 장인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공예를 기치로 내걸고 제정한 세계적인 공예 행사다. 107개국 작가의 작품 2920점이 출품된 이 행사에서 국내 작가 6명이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 현대 공예의 수준이 세계적임을 입증하는 사례다.
뛰어난 작품이 많은데도 정작 국내 공예품 시장에서는 국내 작가들의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생활 속에서 공예문화를 즐기고 소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중국, 동남아시아산 저가 제품과 유럽산 고가 제품 사이에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전통적 기법을 현대적 디자인과 결합해 명품을 탄생시킨 유럽 국가들처럼 한국 공예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작가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대중과의 접점과 공예시장의 범위를 넓히는 게 시급한 과제다.
신설된 '공예앤(&)' 자선경매에는 양웅걸 류종대 전보경 유희송 이보미 권재우 박서희 서보문 등 앞으로 공예시장을 이끌어갈 실력파 작가들의 작품 30점이 출품된다. '2019 공예디자인 스타 상품'으로 선정된 토림도예의 '파도문 개완 3인 세트', 나무와 금속을 활용해 작업하는 한성재의 예술적 스피커 작품, 동양의 세계관과 문인화에서 영감을 얻어 난을 모티브로 만든 강우림의 의자와 조명, 나무에 소리를 담은 안문수의 블루투스 오디오 등이 눈길을 끈다.
작가들은 낙찰금액의 50%가량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문화예술단체 돕기에 기부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온라인경매 미술품 부문에는 장욱진 권옥연 김인승 임직순 김종학 김창열 한묵 전광영 오치균 등의 작품이 나온다.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올림픽공원에 설치한 높이 25m의 '올림픽 1988'을 소형 소장용 작품으로 만든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올림픽 1988-1996'도 출품됐다.거대한 두 개의 묵주알 기둥에는 남북한의 평화와 화합을 통해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100개 중 70번째 에디션이며, 추정가는 900만~1500만원. 문신은 1992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헨리 무어, 알렉산더 칼더와 함께 세계 3대 조각가로 인정받았던 세계적인 조각가다.
출품작은 서울 신사동 전시장과 케이옥션 홈페이지에서 경매 마감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경매는 오는 16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마감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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