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팡질팡 '광주형 일자리' 官주도 사업의 예고된 파행이다

입력 2020-04-03 17:47   수정 2020-04-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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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이 사업의 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가 ‘협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무산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주도적 역할을 해온 광주광역시의 이용섭 시장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한국노총에 사업 복귀를 요청했으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지방자치단체(광주)·기업(현대자동차)·노조(한국노총)가 함께 해온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노사정(勞使政) 협력 프로젝트다. 지자체와 정부는 초기 자본 참여와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기업이 일감을 우선 배정하면, 노조는 기존 자동차업계 임금의 절반 수준인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게 기본 구조다. 지난해 1월 이런 내용으로 3자 간 협약이 체결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1000여 명의 근로자도 뽑는다는 목표하에 사업이 진행돼 왔다.

노조가 파기 선언을 한 데는 누적된 여러 갈등요인이 있지만 핵심은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다. 노조 대표를 경영에 참여시키자는 노동이사제는 근래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려온 민감한 사안이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서도 이 문제는 초기 단계부터 논란을 빚었으나 광주시와 현대차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노조도 대체로 이를 수용했다. 공장 착공도 전에 주요 쟁점이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면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노조는 이 밖에도 시민자문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고 임원 선임에서도 과도한 주장을 펴는 등 회사 경영에 부담을 지우는 요구를 해왔다. 사업 성사를 위해 주택·의료·교육 등의 지원에 나섰던 광주시의 노력이 안타깝게 됐다.

노사정 협력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파행은 ‘관(官)주도’ 직접 고용창출의 한계를 보여준다. 초기부터 쏟아진 우려가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면 ‘예고된 파행’이다. 밀양 구미 대구 횡성 군산 부산 등지에서 진행 중인 상생형 일자리 사업이 한결같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광주에서 먼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다. 일자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에 의해 만들 때 생산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는 본질적으로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정부는 그런 시장을 키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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