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PEF가 성사시킨 기업 인수, 매각, 지분 투자 거래는 10여 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린데코리아 같은 ‘조 단위’ 대형 거래가 성사됐지만 올해는 모두 5000억원 이하 소규모 거래였다. 이 중 매각 거래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보유했던 유비케어, 한앤컴퍼니의 쌍용정보통신 등 두 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탓에 소비재 업종의 매각 작업은 대부분 중단됐다. H&Q코리아가 투자한 키즈카페업체 플레이타임, VIG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창호업체 윈체 등이 대표적이다.
1분기 매각 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던 채용정보 플랫폼 잡코리아(H&Q 보유),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할리스는 사전조사도 시작하기 전에 일정을 미뤘다. PEF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로 기업가치 산정조차 어려워졌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중소 PEF '생사기로'…투자금 유치도 끊겨
기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 단계까지 성사됐다가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는 PEF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메이플투자파트너스는 케어랩스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기관투자가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대응을 우선하면서 돈주머니 열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메이플투자파트너스는 녹십자를 핵심 투자자로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불과 2~3주 전만 해도 나머지 자금을 채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갑자기 시장 분위기가 너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대형 PEF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투자처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는 블라인드 펀드를 이미 조성해뒀다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형 PEF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예상했던 시점에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을 회수할 수 없고, 공들여 키운 기업을 울며 겨자먹기로 싼값에 팔기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처한 곳이 많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 규모가 작은 PEF는 가진 매물을 제때 팔지 못하고, 신규 투자할 곳도 찾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위해 자금유치(펀드 레이징)를 진행 중인 PEF도 곤혹스러운 상태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사학연금 등 일부 기관투자가가 출자사업 일정을 변경하거나 미루면서 PEF들의 펀드 결성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기관투자가 자금을 받을 계획이었던 PEF는 유럽 등으로의 출국 길이 막히면서 투자금을 모을 길이 원천 차단됐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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