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전은 1조27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1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값싼 원자력 대신 비싼 천연가스 신재생에너지 등의 발전을 늘린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초기 투자비용만 5000억~7000억원(토지 제외), 매년 운영비 5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학을 세운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마당에 한전공대 신설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한전공대가 들어설 지역 인근에 대학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비롯해 국립·사립대가 널려 있다. 이들 대학을 잘 활용하면 한전공대가 목표로 한다는 에너지 연구와 고급 전문인력 양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역 대학들과 양식 있는 지역민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도 대학 설립의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가뜩이나 적자 수렁에 빠져든 공기업을 동원해서, 그것도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울 만큼 과잉 상태인 대학을 정치적 이유로 하나 더 짓겠다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한전은 적자에서 헤어나기 어렵고, 대학도 앞날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과 학생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전공대 설립이 정말 필요한지, 이 시점에 설립을 강행해야 하는지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정치권이 선거 공약으로 대학을 뚝딱 만들고 부실을 키워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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