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페스트', 극한의 공포 속 싹트는 연민과 연대

입력 2020-04-05 14:30   수정 2020-04-06 00:2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공연을 보지 못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많은 공연장과 예술단체들이 온라인으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주목! 오늘의 온라인 공연’에선 각자 ‘안방 1열’에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명작들을 소개한다.

국립극단은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연극 ‘페스트’(사진) 전막을 상영한다. 2018년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극작가 겸 연출가 박근형(극단 골목길 대표)이 각색·연출했다.

작품은 원작과 동일하게 페스트(흑사병)를 다룬다. 전염병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오늘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극은 2인 1역의 주인공 ‘리유’가 중심이 돼 이끌어 간다. 페스트 환자들을 돌봤던 의사 리유(임준식 분)와 이후 과거를 회상하는 내레이터로서의 리유(이찬우 분)로 나눠 이야기를 전달한다.

연극은 원작이 지닌 페스트의 의미를 확장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과 위기로 재해석했다. 분단 등 한국적 상황을 곁들여 지금, 이곳의 이야기로 다가오게 한다. 그러나 극단적 비극에도 연민과 연대는 싹트기 시작한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막연함 속에서도 인간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함께 견뎌낸다.

무대 활용도가 높다. 대각선으로 길을 내어 무대를 나누고 현재와 과거의 리유를 한자리에서 만나도록 한다. 크나큰 고통이 휩쓸고 간 과거와 이를 회상하는 현재를 매끄럽게 잇도록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미학적 장치도 돋보인다. 무대 위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연주는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무대 가장 안쪽에 놓인 물길은 푸른 조명과 함께 빛나면서 인물들의 슬픔과 애절함을 드러낸다.

국립극단은 8일엔 낭만활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9일엔 배삼식 극작의 시대극 ‘1945’, 10일에는 셰익스피어의 ‘실수연발’을 상영한다. 각 콘텐츠는 상영일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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