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성향까지 알려줘
경기 오산시에 거주하는 문병욱 군(18)은 생애 첫 투표에 참여하는 고교 3학년 학생이다. 이번 선거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부여됐다. 만 18세 유권자 수는 54만8986명으로 집계됐다. 문군은 “처음 하는 투표라 기대가 커서 선거 정보를 많이 찾아보려고 노력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선거운동이 줄어들어 주로 온라인을 활용해 정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인 젊은 유권자들은 쏟아지는 총선 정보 속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정당 수가 폭발적으로 늘며 어느 당이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자신의 지역구에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많다.
코로나19로 대면 유세 등 오프라인 선거운동마저 크게 줄자 MZ세대는 ‘21대 총선 뽀개기’ ‘총선.kr’ ‘공약쥬스’ 등 온라인 총선 정보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집주소를 넣으면 해당 지역구 후보를 알려주는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심있는 정책이나 이슈를 입력하면 이용자의 정치적 성향도 알려준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유권자들도 나타났다.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선 총선 정보를 책자로 담은 ‘전국투표전도 2020: 나의 선택을 돕는 국회의원선거 가이드’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을 600% 초과 달성한 1200여만원을 모으며 마감했다. 국회 관련 법률 정보부터 정당의 역사까지 담아 ‘정치 초보’인 젊은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텀블벅 관계자는 “구매자의 53.4%가 MZ세대에 해당하는 18~34세”라고 했다.
“간편한 선거 콘텐츠 필요”
젊은 유권자들은 기존의 선거 정보 제공 방식이 불편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에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올리고 있다. 공약을 보려면 별도로 대용량 파일을 내려받아야 한다. 공보물을 그대로 올려 모바일로 보기에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kr’을 운영하는 코딧의 정지은 대표는 “주변에서 선관위 사이트에 있는 정당별 공약은 보기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사이트를 개설하며 이용자 편의성에 맞춘 콘텐츠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를 위해 선거 정보도 디지털 문화에 맞춰 생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뛰어난 정보 공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MZ세대에 맞춰 짧고 간편한 선거 콘텐츠가 나온다면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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