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위기가 덮쳐 오는 와중에 4·15 총선을 치른다. 앞으로 4년간 ‘한국호(號)’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선거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선택하는 기준이 돼야 할 여야의 공약을 뜯어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과연 이런 정책으로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은 대부분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으로 채워져 있다. 민주당이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내놓은 ‘공동공약 1호’가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일 정도로 공약집에는 기업을 옥죄는 규제투성이다. 민주당의 10대 공약 중 정리해고를 더 어렵게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등은 노동계가 집요하게 요구해온 정책 그대로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약이라고 눈에 쏙 들어오는 게 있는 건 아니다. 통합당은 10대 공약에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담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 20대 국회 때부터 추진해온 것들을 재탕 삼탕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여야 후보들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공장을 자기 지역구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아쉬운 것은 코로나 위기 이후 확 달라질 세계 경제의 ‘새판’을 기회로 삼기 위한 신산업과 기업을 육성할 정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바이오헬스,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등에 얽히고 설킨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정당이 없다. 민주당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250개사를 발굴하고, 후보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과 제목만 다를 뿐이다. 공약 실현 의지와 진정성이 미심쩍은 대목이다.
이번 총선은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여야의 선명한 정책 대결이 보이지 않는 데다 비례정당 난무로 유권자들은 “뭘 보고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찍을 수는 없다. 어느 당, 어느 후보자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는지, 위기 이후 우리 경제를 되살릴 비전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선심성 공약과 대안 없는 비판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기댈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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