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마스크 쟁탈전…트럼프, 3M 제품 수출 막자 캐나다 '발끈'

입력 2020-04-05 21:32   수정 2020-04-06 01: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각국이 의료용 ‘N95(한국의 KF94)’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생산업체인 3M의 수출을 막으려 하자 캐나다가 반발하고 나섰다. 또 미국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마스크를 중간에 가로채면서 독일 프랑스 등이 맹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 “3M이 마스크와 관련해 그동안 해온 짓을 지켜봤다”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3M이 미국에도 모자란 마스크를 캐나다 등에 수출하는 데 따른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해 마스크 생산 확대를 명령했다. 그는 다음날인 4일에도 “3M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3M과 캐나다가 즉각 반발했다. 3M은 “N95 마스크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중국 공장에서도 수입하고 있다”며 “수출을 일방적으로 막으면 상대국의 보복을 불러 결국 미국이 확보할 수 있는 마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3M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 달에 약 1억 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제조한다. 이 중 3500만 개가 미국에서 생산된다. 3M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마스크의 10% 미만을 캐나다와 라틴아메리카에 계속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의료장비를 포함해 필수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량을 줄이거나 장애물을 만드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마스크 수출을 막을 경우 보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에서는 4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만 명, 사망자는 8000명을 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주와 다음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등에선 병원에 환자가 몰려들면서 N95 마스크가 모자라 아우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월 3억 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미국 내 생산이 월 5000만 개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등은 해외에서 마스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중국 공항에서 마스크를 싣고 프랑스를 향해 출발하려던 화물기 한 대가 이륙 직전 미국 측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제안받고 목적지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이 해외에서 주문한 마스크를 미국이 가로챘다는 기사도 나왔다. 독일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베를린 주정부는 3M 중국 공장에서 마스크 20만 개를 수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물량은 태국 방콕에서 행선지가 바뀌어 미국으로 향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국민에게 외출 땐 자발적으로 면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의료용이 아니라 면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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